
국내 증권 업계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달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이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 22일 메리츠종금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일곱 번째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로 지정되면서 증권사 간 몸집 불리기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이들 증권사에 대한 우호적 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 상승에 따른 증권사 수익구조 개선세는 대형 증권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스닥 역시 상승 여지가 충분해 개인참여 비중이 늘면서 증권사의 수익 증가도 기대된다.
다만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에 대해서는 세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간 증권사들의 우발채무가 급증해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우발채무는 2013년 말 1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4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수년간 하락하면서 부동산 PF의 주된 신용 보증사가 증권사로 옮겨간 탓이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 호조세가 이어지자 시행사의 PF대출 보증을 빠르게 늘려왔다.
문제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내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가 줄어 미분양이 발생하면 결국 차환발생에 문제가 생겨 보증을 선 증권사 역시 채무부담을 질 수 있다. 증권사들은 보통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유동성 공여나 증권사가 직접 PF보증을 서는 신용공여를 통해 부동산 PF 대출 보증을 서고 있다.
이 중 주목할 부분은 신용공여다. 수수료율이 높은 반면 채무부담이 높아서다. 금리인상기와 부동산 경기 둔화가 맞물릴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신용공여는 증권사의 채무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3일 비즈니스플러스가 전자공시를 통해 조사한 결과 10대 증권사의 신용공여금은 3분기 말 기준 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본금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대우의 신용공여금은 5조9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5%나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신용공여금은 3조원대로 추정된다. 이어 KB증권이 2조7762억원, 삼성증권은 2조6477억원으로 각각 30.8%, 40.3% 늘었다. NH투자증권도 14.3% 늘어난 2조460억원 규모의 신용공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대신증권은 1조2275억원(5.0%), 키움증권 1조3600억원(27.4%), 하나금융투자 9525억원(45.3%), 메리츠종금증권 8247억원(36.2%), 신한금융투자 192억원(158.5%) 순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중 부동산 PF관련 내용이 많지만, 주요 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내년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리스크 관리 등을 하고 있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