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우선매수청구권' 부활…채권단, 컨소시엄 허용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듯했던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의 실적 하락을 이유로 매각가 인하를 요구해서다. 올 상반기 금호타이어는 507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원가율도 81.3%를 기록하며 경쟁사보다 떨어져 전망도 우울하다.

이에 따라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KDB산업은행, 우리은행·KB국민은행 등 채권단은 더블스타의 인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3일 채권단은 주주협의회에서 기존 9550억원이었던 매각가를 8000억원으로 16.2%가량 인하하는 안을 협의했다. 대신 이후 영업손실 관련한 조항은 삭제해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또 더블스타와 손해배상한도를 10% 수준에서 범위를 설정하는 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경우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부활하게 된다. 채권단은 풋백옵션 등을 통해 계열사에 재무부담을 주지 않는다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 부족으로 인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박 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인수전 상황도 박 회장에게 유리하다. 중국기업인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두고 금호타이어 임직원과 생산공장이 있는 광주지역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헐값 매각 논란도 일고 있다. 앞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료(매출의 0.5%, 20년) 2700억원을 대신 내주기로 한 상황에서 매각가를 1547억원이나 낮춘 탓이다. 이대로 더블스타에 매각되면 사실상 매각 가격이 5300억원대로 낮아진다. 여기에 산은이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한 대출금리 인하까지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더블스타가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부활을 염두에 두고도 가격 인하를 요구할 만큼 박 회장의 자금조달력은 이미 한계를 보인 바 있다.

채권단도 풋백옵션 방식 등 제한조항을 둔 체 컨소시엄을 허용할 것으로 보여 계열사를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그나마 여력이 있는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을 활용해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채권단 우선매수권 행사 요청이 오면 세부 인수 계획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후속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서면 결의 절차를 거쳐 SPA 변경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묻는 통지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이 경우  박 회장은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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