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정해진 것 없다”..은산분리 규제 관련 법안 통과 후 의견 내놓을 듯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잇달아 돌풍을 일으키면서 정부가 제3의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를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수를 늘려나가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정했다”면서 “구체적인 인가 시기와 방법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요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또한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금융서비스 혁신을 가속하고 인터넷 전문은행 간에도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려면 ‘제3의 플레이어’ 진입이 필요하다”며 추가 인가를 시사한 바 있다.
제3의 인터넷은행 후보로는 앞서 2015년 예비인가에 도전했다가 탈락한 인터파크 컨소시엄, 현재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금융회사 등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인터파크 주축의 아이뱅크 컨소시엄에 속했던 기업은 SK텔레콤, GS홈쇼핑, BGF리테일 등 총 14개사다. 이중 특히 금융업 진출에 관심이 많은 SK텔레콤의 재도전이 주목된다. 최근 통신사들이 ‘핀테크’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하나금융지주와 합작해 생활금융 플랫폼 서비스 업체 ‘핀크’를 설립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도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DGB캐피탈은 K뱅크 주주로서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 중이다.
아직 인터넷은행 지분이 없는 신한은행이나 KEB하나은행, 미래에셋 등의 참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카카오톡’ 플랫폼 기반의 카카오뱅크가 놀라운 돌풍을 일으키면서 ‘라인’을 가진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뛰어들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후보로 언급된 기업들은 하나같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공급 부족으로 대출 중단, 상담 지연 등과 같은 부작용과 더불어 불안전성을 계속해 드러내 온 탓이다.
카카오뱅크는 영업 개시 5일 만에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더니 보름도 안 돼 200만 명을 돌파했다. ‘흥행 대박’을 이뤘으나 시스템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렸다. 고객들이 카카오톡 상담에 연결을 시도하면 ‘문의가 많아 직원 연결이 지연된다’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체크카드도 신청 급증으로 카드 신청 후 카드를 배송받기까지 평균 4주나 소요됐다.
케이뱅크는 자본 부족으로 금융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케이뱅크의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은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며 한도가 조기 소진돼 6월 판매가 중단됐다. 큰 폭의 대출 증가로 자본금이 거의 바닥 난 케이뱅크는 10일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마련하기로 했다.
케이뱅크 사례와 맞물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기업 입장에서 인터넷은행 진출에의 핵심 고려사항으로 꼽힌다. 금융위가 앞서 ‘법률 개정이 완료된 후 인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기업들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된 후 관련 가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은산분리의 핵심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최대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로 제한하는 것이다. K뱅크를 주도하는 KT나 카카오뱅크를 주도하는 카카오는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현재로서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작년 말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의결권을 34%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는 아직까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따라서 3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시기도 정해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3호 인터넷전문은행을 희망하는 기업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