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가가 분주하다. 대형 증권사들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자기자본 확충, 조직개편 등으로 바쁘고 자본금 4조원에 못 미치는 중소형급 증권사들은 차별화 등 생존전략 찾기에 혈안이다.
현재 초대형IB 신청 자격을 갖춘 대형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곳이다. 이들은 오는 30일 금융위원회에 초대형IB 인가 신청을 동시에 접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들은 오는 9월부터 발행어음 업무를 개시하게 된다.
금융위원장이 아직 공석이어서 사업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는 있지만, 한국판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 등 초대형IB 탄생은 목전으로 다가왔다.
가장 이목을 끄는 회사는 미래에셋대우다. 지난해 최현만 대표이사 직속으로 초대형투자은행추진단을 설립하고 채병권 전무를 추진단장으로 선임하는 등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자사주 교환(5000억원)을 통해 7조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확보, 5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추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 1분기 업계 최고의 실적을 달성한 한국투자증권(4조1049억원)은 종합금융투자실 준비 조직을 신설하고 내부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등 초대형IB 설립 준비에 한창이다. 단기금융업 인가, 발행어음 준비 등을 추진 중이다. 향후 스타트업, 우량비상장법인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4조5966억원)은 최근 전략투자운용부를 신설, 기존 IB 업무 담당부서를 재편했다. 또 자체 신용관리 시스템 등 기술력을 도입해 초대형IB 사업을 위한 밑준비에 한창이다. 하이일드본드, 메자닌 등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한 KB증권(4조1830억원)은 기업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자금 조달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KB금융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기업공개나 유상증자 등 기존 기업금융뿐 아니라 4차산업혁명 스타트업 등 신성장·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삼성증권(4조1425억원)은 UBS를 벤치마크하며 초대형IB에 도전장을 던졌다. 개인고객 경쟁력을 활용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상설조직인 종합금융투자팀을 신설했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에 가입한 헤지펀드 잔고가 업계 최초로 3조원을 돌파, 자본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PBS는 금융당국이 한국형 IB 육성을 위해 도입한 것으로 초대형IB 사업의 전초전 성격을 갖는다.
◇중소형 증권사 '생존 위기'
이처럼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IB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중형 증권사들은 자본 확충, 대체투자처 모색 등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자기자본 3조원을 확보한 메리츠종금증권은 사업다각화에 나설 예정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는 자기자본 100% 내에서 기업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 프라임프브로커 업무도 할 수 있어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종금 라이선스가 만료되는 2020년까지 메르츠종금이 자본금 4조원을 확보, 초대형 투자은행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그룹 내 계열사와 협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IB 역량을 강화해온 신한금융지주는 자본시장 부문을 GIB(그룹&글로벌 IB) 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GIB 사업부문장은 지주와 은행, 금융투자, 생명보험, 캐피탈 5개사 IB부문 임원을 겸직하며 그룹 자본시장 부문을 통할하게 된다. 또 IB 담당 부서를 한곳에서 근무하도록 해 역량을 집중시키기로 했다
하나금융투자도 하나은행 IB와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기업투자금융(CIB) 시너지 강화를 위해 작년 말 KEB하나은행 투자은행(IB) 부문을 '본부'에서 '사업단'으로 격상시켰다. 올해 초에는 박승길 하나은행 IB사업단장이 하나금융투자 IB그룹장을 겸직하도록 해 협업 시스템을 만들었다.
중기특화 증권사로 지정된 IBK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크라우드펀딩, 중소기업 인수합병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영화제작, 중소기업 코넥스 시장상장 등을 진행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대 1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M&A펀드, 한·중 벤처펀드 등을 조성한다. 교보증권은 헤지펀드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또 부동산금융 영업 활성화, 신재생에너지 등 해외 대체투자 강화를 추진한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생존전략 모색에 나선 것은 증권업계가 초대형 증권사 위주로 재편돼서다. 기존 시장에서 밀려난 만큼 차별화,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한 수익원 다각화가 시급하다.
여기에 아시아권 해외 증권사의 국내 진출이 늘고 있어 경쟁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최근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싱가포르계 UOB선물의 금융투자업 예비인가와 중국계 자오상증권 금융투자업 본인가를 심사했다. 국내 증시 경쟁력이 높아져 외국계 증권사의 유입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