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15일부터 단체관광객 본격 제한..對중국 수출도 적신호

사드(THAAD·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 소비자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잠시 주춤해진 모양새지만 오는 15일부터 후폭풍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 中 '완후이' 타깃 되나..국내 기업 '노심초사'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 수위가 조금 누그러들었다. 롯데 등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과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 상품 판매 금지 등으로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한 감정에 기반한 중국인들의 집단적 행동에 대해서는 통제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산둥성 웨이하이 시 한인타운인 한라방에서 열리기로 했던 반한 집회는 공안당국의 경계 강화로 진행되지 않았다. 다음날 베이징 왕징 롯데마트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시위 또한 경찰 병력을 대거 배치해 무산시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이 롯데 계열사에 대한 시설점검과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 중단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등 한국 기업들을 향한 중국의 보복 수위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 주로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 고발프로그램 '완후이'가 한국 업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면서 현지 진출 업체들의 시름이 깊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관영 방송사인 CCTV는 15일 오후 8시(현지시간) 경제채널을 통해 3·15완후이를 방영한다.
앞서 지난 2011년에는 금호타이어가 품질 문제로 고발 대상에 올라 곤욕을 치렀다. 현재 어떤 기업들이 완후이에 언급될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 및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업체 △웨이상(위챗이나 웨이보로 상업활동을 하는 업체) 업체 △고가의 화장품·가방·고급 자동차 등 외국계업체 △환경보호 이슈와 관련된 기업 등을 유력하게 꼽고 있다.
◇ 유커 발길 끊길라..유통업계 '울상'
유통가가 소비자의 날을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당국이 15일을 기해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려서다. 업계 내에서는 중국인 유입과 관련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일 각 여행사에 지침을 내려 한국으로 가는 단체관광 상품, 인센티브 관광 상품, 크루즈 여행 상품을 모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개별 관광객을 위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여행사도 포함되면서 한국 방문객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개별 관광객인 싼커 방문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에 대한 압박 조치 일환으로 단체관광객 20%를 줄인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인센티브 여행이나 개별 관광객을 위한 상품에는 영향이 없었다. 일반 단체 관광객 규모만 줄어드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반면 이번에는 베이징과 일부 지역의 여행사를 통한 모든 여행 상품이 금지되는 만큼 피해 범위가 클 것으로 보인다.
금번 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면세점이다. 일단 면세점 매출의 70%는 중국인에서 발생한다. 신규면세점의 경우 방문객 가운데 최대 90%가량이 단체관광객일 정도로 중국인 비중이 높아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크루즈 관광객이나 중국인 단체관광객 비중이 높은 제주도의 경우 충격이 현실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 제주 시내면세점 방문객은 눈에 띄게 줄었고,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인바운드 여행사가 문을 닫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들이 묵는 호텔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당국의 관광 제한 조치가 나온 이후 이들 호텔의 예약 취소율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15일 이후부터는 예약 규모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특급호텔의 경우 영향이 크게 없지만 비즈니스 호텔의 경우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작년 對중국 소비재 수출 70억 달러..사드보복에 '직격타' 우려
현재 사드 갈등으로 인한 중국의 제재에 타격을 입은 한국 기업은 주로 화장품·생활용품 등 소비재를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기업들이다.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90% 이상은 기계·설비 등 자본재와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중간재로, 소비재는 2016년 기준으로 5.6%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본재와 중간재는 기술력이 필요해 대체가 어려운 반면에 소비재는 대체품이 많고 소비자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6년 대(對)중국 소비재 수출액은 전체 소비재 수출액 662억 달러의 11%가량인 70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대중국 전체 수출 규모인 1244억 달러에 비춰봤을 때 미미하지만 한국의 소비재 수출국 중 1위다.
소비재 시장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수출입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성장이 전망되는 유망한 시장이다. 전 세계 상품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수입액 중 소비재 비중은 2012년 28.6%에서 2014년 30.1%로 증가했다. 중국 또한 중간재 수입은 2000년 63.9%에서 2015년 53.4%까지 떨어졌으나 소비재는 2000년 4.2%에서 2015년 9.2%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정부와 지원기관들도 대중국 수출 둔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소비재 수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 결과 화장품·의약품 등 5대 유망소비재 수출은 지난해 전체 수출이 5.9%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큰 폭(13.6%)으로 성장했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사드 갈등은 소비재 기업들에 큰 악재로 작용할뿐아니라 한류 자체의 열기를 식히는 데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한류를 기반으로 중국 수출이 활성화돼있지만 혐한 기류가 퍼져 한류의 소멸을 가져오면 어찌 될까 걱정된다"며 "과거 뜨거웠던 일본과 홍콩의 인기가 어느 순간 사그라든 것처럼 사드 문제 때문에 한류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