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1000만원까지..연소득 1억 넘으면 4000만원 허용

최근 급성장을 거듭한 P2P(개인 간) 대출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의 P2P 대출에 대한 연간 투자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오늘(27일)부터 시행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1월 가이드라인 초안이 발표된 뒤 업체들의 반발과 수정 요구가 빗발쳤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안을 고수한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P2P 활성화도 필요하지만 금융사고 등 부작용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단, 전산시스템 구축 필요 등에 따라 기존 업체들에 대한 시행은 3개월간 유예된다.
◇ 금융위 “先대출 허용하면 대부업체와 차이 없어”
금융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2P 업체별로 연간 1000만원(건당 500만원)을 투자했으면 추가로 투자할 수 없다.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거나 사업·근로소득이 1억원을 넘는 투자자만 예외적으로 4000만원(건당 2000만원)까지 투자 가능하다.
P2P 대출업체는 투자자로부터 받은 자금을 은행·저축은행 등에 맡겨 회사 자산과 분리해 놓아야 한다. 대부업체 등 연계 금융회사를 통해 선(先)대출을 해주면 안 된다. 현재 많은 P2P 업체가 차주에게 자기자본으로 먼저 대출해주고, 투자자를 모집해 원리금 수취권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돈이 급한 차주들은 이른 시일 내에 대출받기를 원하지만, 투자금이 모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때 대출은 P2P 업체가 100% 지분을 가진 대부업체를 통해 실행된다.
P2P 업체를 통해 개인 신용대출을 받기를 원하는 차주는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고금리의 2금융권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는 차주들이 연 8∼15%의 중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P2P 업체의 선대출을 허용하면 대부업체와 다를 바가 없어지고, 돈을 빌려줄 사람과 돈이 필요한 사람을 가운데서 연결해주는 P2P 대출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 P2P 시장 성장세 따라 연체율도 ‘솔솔’
올해 들어 P2P 대출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34곳의 P2P누적대출액은 지난 1월 5275억원으로 지난해 5월(891억원) 이후 8개월 만에 492%(4384억원) 급증했다. 전체 누적대출액 중 60%(약 3169억원)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협회에 가입되지 않은 P2P 업체까지 합하면 대출취급액은 더 높아진다.
금융당국이 투자 한도를 규제한 것은 바로 이 부동산 관련 대출 때문이다. 당국은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금리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졌을 경우의 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출자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져 빚을 갚지 못하면 투자자는 손실을 보게 된다. P2P 대출은 예금이 아닌 투자기 때문에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다.
실제로 그간 연체율 0%를 자랑하던 P2P 업계에서 연체가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 P2P협회 회원사 중 지난달 31일 기준 연체율(상환일로부터 30일 이상 90일 미만 상환지연)이 가장 높은 곳은 1.38%의 어니스트펀드다. 이어 8퍼센트 (0.72%), 펀다(0.43%), 렌딧(0.27%) 순이었다.
부실률(상환일로부터 90일 이상 장기연체)은 빌리가 2.67%로 가장 높다. 팝펀딩(1.27%), 렌딧(1.18%), 8퍼센트(0.98%), 어니스트펀드(0.79%)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빌리는 부실률이 지난해 11월(1.63%) 이후 2개월 만에 1.04%포인트나 올랐다. 같은 기간 8퍼센트와 어니스트펀드도 각각 0.32%포인트, 0.36%포인트 증가했다.
◇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 반발..“대출자, 제2금융권 찾을 것”
P2P금융협회는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는 방침이지만 업체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업계에서는 P2P 대출은 어디까지나 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금액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발한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은 “소비자 보호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한국 P2P 산업이 아직 성장의 발판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시점에 투자액 등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중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과도한 규제”라고 말했다. 중국은 투자액 제약은 두지 않고 빌릴 수 있는 돈의 상한(업체당 약 3300만원)만 두고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선대출 금지다. 업계에서는 선대출이 금지되면 돈이 급한 대출자들이 다시 고금리의 2금융권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P2P 대출시장이 커지면서 20%가 넘는 고금리로 신음하던 중신용자들에게 10% 안팎의 중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가이드라인으로 시장이 고사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9일 입법예고된 대부업법 시행령을 통해 P2P 대부업체 자본금을 3억원 이상으로 하도록 규제한 데 대한 불만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상당수 P2P 업체가 페이퍼컴퍼니 대부업체를 자회사로 설립해 영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P2P 업체가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받은 자금을 대부업 증자에 사용할 수 없게 돼 있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