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이광구·이동건 3파전..전·현직 유불리 따지기 어려워

(왼쪽부터)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승규 前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이동건 우리은행 영업지원그룹장.

우리은행 차기 행장이 선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으로 꾸려진 임원추천위원회가 행장 선임을 주도하면서 외부 입김을 완전히 배제한 첫 행장 선임이다.

우리은행 임추위는 지난 23일 6명의 차기 행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했다. 그 결과 후보를 6명에서 이광구 행장과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前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등 3명을 차기 행장 후보로 선정했다.

임추위는 오는 25일 오전 세 후보에 대한 최종 면접을 진행하고, 오후부터는 '끝장 토론'에 들어간다. 차기 행장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모은 뒤 이사회를 열어 차기 행장 내정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24일 임추위 관계자에 따르면 임추위는 지난 23일 면접 후 세 후보에게 25일 최종 면접에서 물어볼 질문을 전달했다. 차기 행장에 취임하면 바로 다음 날부터 어떤 일을 시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세 가지 질문은 여전히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으로 갈라져 있는 조직을 아우를 수 있는 공평한 인사 시스템 개선 방안과 항아리형 구조인 인력 상황을 효율화시키는 방안, 현재의 자산 건전성을 유지할 방법 등 3가지 현안이다.

임추위 관계자는 "수석부행장을 부활할 것인지, 과도하게 많은 중간관리자 조직을 어떻게 얼마나 정리할지 등 구체적인 답을 요구하는 문항을 넣었다"면서 "사외이사가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관여한다 생각할 수 있지만, 과점주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수석부행장직을 두고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중 한 곳에서 행장이 나오면 다른 한쪽에서는 수석부행장을 가져가는 식의 나눠먹기식 인사가 이뤄지곤 했다. 그러나 상업은행 출신인 이 행장은 취임 후 수석부행장직을 없애고 3명의 그룹장 체제로 바꿔 놓았다. 이에 대해 한일은행 출신 임원들은 '한일 출신 죽이기'를 한다며 불만을 내기도 하는 등 여전히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들로 이뤄진 보이지 않는 파벌이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우리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인사와 조직 효율화를 통해 내부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라며 "자산 건전성 유지 방안도 뒷문 잠그기를 철저히 하겠다는 식의 뻔한 답변이 아닌 아주 구체적인 답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업계에서는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민영화라는 우리은행의 숙원사업을 이뤄냈고, 경영성적도 좋았기 때문이다. 이 그룹장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 그룹장은 이광구 행장 전임인 이순우 행장 시절 수석부행장을 역임해, 차기 행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이 행장을 비롯해 전임 이순우 행장까지 상업은행 출신이 계속 행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한일은행 출신인 이 그룹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 행장과 이 그룹장 모두 능력과는 별개로 각각 옛 상업, 한일 출신간 갈등 촉발로 인해 리더십 면에서는 불리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세 후보 중 유일한 전직 인사인 김 前 부사장은 우리금융지주 전략·재무담당 부사장, 우리은행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직 인사이지만 우리은행을 지난해 3월에 나와 현직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알고, 한일은행 출신들 사이에서 신망도 두텁다. 아울러 임추위원들 역시 현직 프리미엄은 없고, 모든 후보자를 동일 선상에서 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른 임추위 관계자는 "서금회라던가 상업·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 등 과거의 일은 고려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그런 것을 고려했다면 지금처럼 이 세 명의 후보가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풍은 사외이사들이 막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은행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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