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하루 반대매매 380억…개인투자자 리스크 현실화

코스피가 4200선을 돌파하며 마감한 지난 11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4200선을 돌파하며 마감한 지난 11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융자잔액이 증가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온 가운데 11월 반대매매 금액이 10월 전체분을 넘어섰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3일부터 12일까지 8거래일간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총 14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한 달간 전체 반대매매 금액인 1351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불과 열흘도 되지 않아 지난달 전체를 뛰어넘은 셈이다.

11월 들어 코스피가 4200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뒤 조정장세가 연출되자 반대매매 금액이 급증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월 평균으로 봐도 10월 75억원 수준이던 반대매매 금액은 11월 3일 133억원, 7일에는 38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10월 평균 대비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같은 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3.4%에 달해 평소 1% 미만이던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반대매매란 주식을 빚내 매수한 투자자가 증시 하락 등으로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이를 강제로 처분해 손실을 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처럼 미수금 대비 청산 비중이 급등했다는 것은 주가 급락에 따라 증권사들이 대규모 반대매매를 실행했다는 의미며 이는 시장에 추가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시장 불안은 단기 급등 뒤 밸류에이션 부담과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시작됐다. 11월 초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협상 지연과 금리 인상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위험 회피 심리로 전환됐다. 코스피는 한때 사상 최고치인 4226선을 넘긴 직후 급락하며 주간 기준 3% 넘게 하락했고, 코스닥도 900선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물량이 강제로 청산되며 투매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다시 지수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자료=금융투자협회

특히 신용융자잔액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어 여전히 빚투에 대한 우려 또한 높은 상황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12일 기준 신용융자잔액은 26조97억원으로 전날 25조9917억원에서 소폭 늘며 26조원에 다시 올라섰다. 

은행권 대출을 통한 빚투 역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9천137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 말(104조7330억원)과 비교해 1조1807억원 늘어 불과 1주일 만에 10월 한 달 증가 폭(9251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를 통한 투자는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압력으로 하락폭이 증폭될 위험이 있다"며 "실제 2022년 주가 조정기에도 신용융자가 많았던 종목의 낙폭이 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25년 들어 신용융자가 자본재와 반도체 업종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 하락 시 해당 업종에서 반대매매가 집중되면 지수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 있다"며 "두 업종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결코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활용한 개인 투자자들의 물량이 한꺼번에 청산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특히 단기 급등기 이후의 조정 국면에서는 손실 회피가 어려워지므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