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해서 용감했던 30살 창업가, 8년 만에 '이주민 슈퍼앱'을 현실로 만들다

크로스이엔에프 신원희 대표 / 사진=크로스이엔에프

"외국인의 불편을 데이터로 해결하겠다."

핀테크 스타트업 크로스이엔에프를 설립한 신원희 대표는 이 한마디로 회사를 정의했다. 해외송금으로 시작한 크로스이엔에프는 이제 커머스, 금융, 생활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며 '이주 외국인의 슈퍼앱'을 꿈꾸고 있다.

Q. 국내외를 통틀어 롤모델로 삼는 기업이나 인물이 있나?

고객에 대한 집착은 아마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드는 실행력은 일론 머스크, CEO의 역할은 헤럴드 제닌, 생각하는 방법은 이건희 회장에게서 배웠다. 또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정주영 회장에게, 제품 철학은 토스에게, 사업의 의미는 이나모리 가즈오와 샘 월튼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이 모든 가치들을 실천하며 가르쳐 준 고위드 김항기 대표를 가장 가까운 롤모델로 꼽는다.

Q. 2017년 창업 당시 해외송금업으로 출발했다. '이주 외국인의 생활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세운 계기는?

처음엔 단순히 비싸고 느린 해외송금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은행의 인프라는 너무 느렸고 핀테크라면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단순한 송금 개선만으론 고객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송금은 기본적인 기능일 뿐 더 큰 목표는 '이주 외국인의 더 나은 일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Q. 외국인 시장을 주목하게 된 배경은?

2024년부터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은퇴를 시작했다.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10년대 초반 100만명 수준이던 체류 외국인이 올해는 270만명을 넘었다. 비공식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한국에서 소득이 있는 외국인은 150만명을 넘는다. 결국 한국 사회의 노동력과 소비 기반은 이주 외국인에 의해 유지된다고 본다. 크로스는 이들의 일상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통해 불편함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

Q. 크로스이엔에프는 올해 9월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어떤 점이 높게 평가받았나?

지난 8년간 축적한 외국인 관련 데이터,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노하우가 인정받았다. 외국인의 생활과 소비 패턴, 문화적 특성을 실제 서비스에 반영해왔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이해한 결과다. 투자자들은 크로스가 가진 성장 잠재력과 실행력을 높이 평가했다.

Q. 은행권의 송금 수수료 인하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크로스만의 차별화 전략은?

핵심은 비용 효율성과 신뢰다. 해외 주요 파트너들과 송금 전용 네트워크를 구축해 은행보다 단순하고 빠른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비용보다 더 중요한 건 신뢰다. 금융 서비스에서 고객의 선택을 결정짓는 건 '익숙함에서 오는 편리함'이다. 증권사 수수료 경쟁 속에서도 토스증권이 존재감을 높였듯, 저들도 고객이 믿고 선택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자 한다.

Q. 현재 시장 규모와 목표는?

국내 해외송금 시장은 연간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추정된다. 크로스는 점유율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55만명, 누적 송금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또 다른 축인 커머스 서비스 '크로스샵'은 10개 언어를 지원하며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건을 돌파했다. 이 모든 수치는 크로스가 외국인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Q. 외국인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서비스는 10개국 앱스토어에서 평균 평점 4.9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고객의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사용 경험이 곧 신뢰'라는 철학을 실천한 결과다.

Q. 신용·대출 등 금융 서비스 확장도 고려 중이라고 들었다. 가장 큰 제약은?

기존 금융권의 외국인 신용 대출은 대부분 체류 자격으로만 판단한다. 이용자의 신용도나 근로 이력 등은 평가되지 않는다. 결국 외국인은 한국에서 성실히 일하고 생활해도 이를 증명할 수 없다. 크로스는 이런 데이터 공백을 메워 외국인도 합리적인 시장가격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Q.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다루는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나?

현재 크로스는 10개국 이상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국 출신의 RM(Regional Manager)을 채용했다. 현재 40명의 RM이 근무 중이며 절반은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이다. 그들은 단순한 번역 담당이 아니라 마케팅, 운영, CS 전반을 책임진다. "고객 집착은 기본이지만,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집착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말은 조직 운영의 핵심 원칙이다.

Q. 5년, 10년 뒤 크로스가 그리는 미래는?

크로스의 목표는 단순하다. 외국인이 금융, 소비, 병원, 행정 등 일상의 모든 순간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아프면 주저하지 않고 병원에 가고, 필요한 물건을 쉽게 사고,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크로스는 이런 '생활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슈퍼앱이 되고 싶다. 더 나아가 한국을 찾는 모든 외국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Q.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창업가들에게 조언한다면?

30살에 대표가 됐는데 지금 돌아보면 너무 어렸다. 하지만 그때 몰랐기에 두려움도 없었다. 스타트업의 일상을 요약하면 이렇다. 원하는 목표를 향해 해야 해야는 것들을 설정하고 처절할 정도로 고민하고 이 이상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판단이 드는 시점에는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이게 실행해 보는 것. 후회가 두렵다면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보라. 무식해서 용감하게 시작했지만 그게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 잃을 게 없다는 건 가장 큰 무기다.

신원희 대표가 강조한 세 단어 '고객, 신뢰, 실행'은 크로스이엔에프의 현재를 넘어 미래 전략의 축을 이룬다. "이주 외국인의 일상을 설레는 삶으로 바꾸는 것, 그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그 꿈을 데이터로 현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연성, 류지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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