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뢰 확보 전략…'톱티어' CDMO로 성장 위한 필수 선택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근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인적분할 결정 배경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22일 인적분할 계획 공시 이후 △8월 증권신고서 제출 △9월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10월 17일 임시주주총회 결의 등의 분할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했으며, 11월 1일자로 바이오 투자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가 공식 출범했다. 

이번 분할은 표면적으로는 조직 재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고객 신뢰 확보'와 '사업 정체성 강화' '글로벌 수주 경쟁력 극대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위한 행보란 분석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영위해 온 두사업,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 간의 이해상충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를 분할함으로써 이러한 부담 요인을 해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신뢰도를 높이려는전략이다.  

◇CDMO는 위탁개발 사업 vs 바이오시밀러는 복제약 사업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신약을 대신 개발하고 생산해주는 사업 형태다. 

쉽게 말해 제약사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공장' 역할을 맡는 B2B 사업으로 고객사의 세포주, 공정기술, 생산데이터 등 핵심 기밀을 다루기 때문에 고객사와 상호 신뢰가 기반이 된다. 

대표적 글로벌 CDMO 기업인 스위스 론자(Lonza)나 미국 써모피셔(Thermo Fisher)도 자체 자체 제품은 개발하지 않고 오직 고객 위탁생산에만 집중하는 '순수 CDMO 모델'(Pure-Play CDMO) 사업을 진행한다.

반면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뒤, 이를 복제해 동일한 효능을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복제약은 오리지널 제품과 성분 및 효능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동등성을 입증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제품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돼 의료비 절감과 환자 접근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복제약의 장점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이미 '램시마' '베네팔리' '아달리무맙'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며 세계시장에 안착했다. 

◇이해상충 문제 발생

문제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CDMO 고객사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그 제약사가 만든 제품의 복제약을 개발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CDMO와 바이오시밀러간 '이해상충' 우려가 불가피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우리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동시에 경쟁약을 만든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CDMO 사업이 고객사 신뢰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이해상충 구조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수주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에 삼성에피스홀딩스를 분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탁생산 회사'와 '복제약 개발 회사'라는 본질적으로 다른 두 축을 명확히 분리함으로써, 글로벌 제약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고객 신뢰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미국, 유럽 등지에서 대규모 CDMO 수주를 잇따라 따내며 글로벌 탑티어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CDMO시장은 약 30조원 규모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 중이며 글로벌 빅파마들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면서 대형·신뢰 기반 생산 파트너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서는 이해상충 요소를 해소하고 '순수 CDMO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큰 시장 기회를 확보하는 길이다.

또한 이번 분할은 단순히 고객 신뢰 차원을 넘어, 지배구조 안정성 확보라는 의미도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면, 향후 상장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자금 조달이 유연해지고 각 사업의 가치 평가도 명확해진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CDMO는 고객의 기술과 데이터를 다루는 산업이기 때문에 경쟁 구조로 비칠 수 있는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것은 고객사에 리스크가 된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할은 글로벌 톱티어 CDMO로 성장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인 것이다. 

결국 이번 결정은 단순한 지배구조 개편이 아니라, '파트너와 경쟁자는 공존할 수 없다'는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원칙을 따른 전략적 분리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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