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기존 생존 경험을 받아들여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기존 기업 역시 스타트업들의 역동적인 도전 전략을 통해 재도약하는 것은 물론 지속 성장의 DNA를 확보해 시장과 기술에서 시너지는 창출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K-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관련 분야 전문가인 김준학 박사의 컬럼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업의 혁신과 생존 방안을 조망해 본다._<편집자 주>
지난 칼럼들을 통해 기존 기업들이 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 적극 나서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자신들만의 노력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워진 빠른 기술 진화, 점점 짧아지는 기업의 수명 그리고 실제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한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봤다.
미국의 루미너리 랩스(Luminary Labs)라는 컨설팅 회사의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기업들 중 77%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조직의 핵심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더 이상 기업활동의 부가전략 또는 주변전략에 머무르지 않고 핵심전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은 어떠한가? 오픈 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러한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직원의 반응이나 추가적인 재원 부담도 걱정거리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다음의 네 가지 제언을 통해 실질적인 접근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경영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성공의 핵심 열쇠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순한 외부 협력이 아니라, 조직의 전략 방향과 맞물린 핵심 성장 수단이다. 따라서 최고경영진이 직접 관심을 갖고 방향을 제시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이 조직 전반에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진이 단순히 예산을 승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 결과를 공유받고, 필요시 직접 네트워킹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적극적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오픈 이노베이션 전담 부서 또는 전담 인력을 운영해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발성 캠페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관리되어야 할 전략적 과제다. 이를 위해 사내에 오픈 이노베이션 전담 부서를 설치하거나, 기존 부서 내에 전담 인력을 두고 일관된 체계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전담 조직은 외부 파트너 발굴, 사내 부서와의 조율, 실험(PoC) 관리, 성과평가 등 다양한 업무를 책임지고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외부 액셀러레이터나 VC, 연구기관과의 중간다리 역할도 수행하면서 외부 자원을 내부 혁신과 연결하는 핵심 허브 역할 또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
셋째, 임직원의 기업가 정신 함양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구조가 갖춰져 있어도, 이를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임직원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외부 아이디어에 열린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내벤처 제도나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통해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특히 중간관리자의 태도 변화가 핵심이다. 새로운 협업을 추진하는 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명확한 목표 설정과 성과관리 체계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왜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 없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외부 파트너와 협업을 시작하기 전,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 기대하는 성과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또한 PoC 결과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평가 기준을 사전에 합의해두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단계(상용화, 공동개발, 전략적 투자 등)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경영성과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내부적으로 정기 점검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결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쉬운 전략이 아니다. 때로는 시행착오도 겪고,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변화의 시대에 '혼자' 살아남는 기업은 없다는 점이다.
기술의 수명은 짧아지고, 시장의 변화는 더욱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제는 외부의 기술, 인재, 자원과 손을 잡고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기본 전제가 됐다.
대한민국의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실행 체계를 갖춰 나가길 기대한다.
_ 김준학 / 창업학 박사. 벤처창업학회, 사회적기업학회 이사. KT에서 22년간 재직 후 현재 '오픈이노베이션랩'을 설립해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 혁신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자문과 관련 특강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정부기관 지원사업의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K-오픈 이노베이션 101' 등이 있다. ceo@opeinnovationlab.kr
비즈니스플러스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