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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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에서 지난달 사상 최악의 한파로 대규모 정전과 물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낡아빠진 기반시설이 피해를 키웠다. 이 여파로 '제2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 텍사스 주도 오스틴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업체들이 한동안 공장을 멈춰세워야 했다.

#대만도 최근 급수 제한 조치를 취할 만큼 물 사정이 좋지 않다. 수십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 탓이다. 급기야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TSMC는 급수차를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해야 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이 한창인 가운데 품귀사태가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다.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는 물 부족 사태는 인류가 직면한 '물 위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만 해도 생산과정에 대량의 물이 필요하다. 물 부족 사태로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글로벌 공급망의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으로 4년 안에 세계 인구 절반이 물로 스트레스를 받는 지역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 위기가 다른 어떤 위기보다 가까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다. 

토머스 슈만 토머스슈먼캐피털(TSC) 설립자는 "환경 논의가 대부분 온실가스 배출에 집중되고 있지만, 인류가 직면한 10대 리스크(위험) 가운데 9개가 물 부족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류의 생명과 삶을 지탱해주는 물은 대체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31일(현지시간) 세계적인 물 위기가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투자시장에 새 영역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물 위기 관련 투자를 위한 지수(TSC 물안보지수)를 내는 슈먼은 "물 관련 리스크는 기후변화 영향이 강해질수록 커지기만 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비용은 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리스크에 대응하지 않으면 비용이 5배는 더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드 황 캘버트리서치앤드매니지먼트 머니매니저는 텍사스와 대만의 물 부족 사태가 이해당사자들에게 주는 경고는 직접적이라고 거들었다. 기업들이 막대한 양의 탄소를 대기로 뿜어내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물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TSC 미국 물안보순수익지수/자료=토머스슈먼캐피털 웹사이트
TSC 미국 물안보순수익지수/자료=토머스슈먼캐피털 웹사이트

슈먼은 이런 이유로 물 안보를 기후 안보의 하나로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TSC의 물안보지수는 물 관련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 기업들의 비중을 높이고, 그 반대인 기업들은 아예 배제하는 식으로 산출한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이들은 간접적으로 물 안보 강화에 힘을 싣게 되는 셈이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 성과도 매력적이다. 'TSC 미국 물안보순수익지수'는 2015년 10월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116.5%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의 수익률은 104%(배당 재투자 포함)에 그쳤다. 

세계경제포럼(WEF)도 물안보지수 등에 대한 변형 투자가 물 위기를 비롯한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슈먼은 이런 투자가 장기적인 물 리스크를 막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환경, 사회, 투자자들이 모두 득을 보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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