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사진=AFP·연합뉴스]

미국이 빠르면 14일(현지시간)부터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1일 이 백신을 긴급승인한 데 이어 이튿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자문기구를 통해 16세 이상 미국인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권고하면서다. 

현지 최대 소매체인 월마트가 전국 5000개 매장을 통해 백신 유통 체계를 갖추는 등 미국에서는 접종을 위한 민관 총력전이 한창이다.   

영국이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해 선수를 빼앗긴 트럼프 대통령이 FDA에 긴급승인을 위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선진국들의 백신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가능한 한 많은 백신을 확보해 서둘러 접종에 나서려는 것이다.

문제는 자금력이 밀리는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들은 이 경쟁에서 한참 밀려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세계적인 대유행병, 이른바 '팬데믹'이기 때문에 부자나라 사람들만 백신을 맞는다고 해결될 게 아니다. 백신을 어떻게 분배할지가 국제사회의 과제로 남은 셈이다.

◇심각한 백신 불균형...'돈 빌리고, 몸으로 때우고'

백신 불균형은 이미 심각한 상태다. 저소득 국가 국민의 90%가 내년에도 접종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비정구기구인 옥스팜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인구의 14%에 불과한 부자나라들이 주요 백신 후보의 53%를 사재기하고 있다"며 소득 수준이 낮은 67개 빈곤·신흥국에서 내년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이는 10명 중 1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자금력이 달리는 나라들은 백신 확보를 위한 차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경기악화로 부채 수준이 크게 높아져 재원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역내 저소득 국가들을 위한 9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백신 지원 자금을 마련했는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로부터 비공식적인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아사카와 마사쓰구 ADB 총재는 지난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회견에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남태평양 국가들도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연합(AU)도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조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자금조달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제약사들의 임상시험에 협력하는 식으로 백신 확보에 나선 나라들도 있다. 그야말로 몸으로 때우고 있는 셈이다. 

누적 감염자수 세계 3위인 브라질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덕분에 내년 1~2월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더 들여오는 등 내년 중에 최대 3억회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화이자 백신도 7000만회분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도 임상시험을 위한 백신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J&J)와 중국 캔시노바이오로직스 등의 백신 7종에 대한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백신 사재기 1위 미국...국제공조 'COVAX' 불참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글로벌 협력체인 코백스(COVAX)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분배를 서두르고 있다. 세계 인구가 집중된 빈곤·신흥국의 경우 코로나19 방역은 물론 검사 체계도 허술해 백신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코백스가 확보한 백신은 약 7억회분으로 부자나라 예약분의 20%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백신을 확보한 미국은 아예 코백스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백신 유통도 문제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에서 유통이 돼야 효과와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온 물류망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는 공급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백신외교'를 통한 영향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월 중남미 카리브해 지역의 백신 조달 자금으로 10억달러를 융자 형태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월에는 말레이시아와 백신 우선 공급을 위한 협정을 맺었다.

러시아도 중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등지 국가들을 상대로 백신 공여 방침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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