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 희소식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증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둘러싼 우려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시장에는 다시 탐욕적인 분위기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 가능성이 높아진 건 더 없이 좋은 소식이지만, 위축됐던 경제가 올 겨울에 당장 좋아지긴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모더나도 백신 개발 '청신호'...다우·S&P500 신고점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 S&P500지수가 16(현지시간)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미국 경제의 척도 가운데 하나인 중소형주 대표지수 러셀2000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바이오제약사 모더나가 이날 코로나19 백신 최종 임상시험에서 94.5%의 예방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게 결정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임상시험 참가자 3만명 가운데 절반은 백신을 투여하고 나머지 절반은 효과가 없는 가짜 백신을 투여했는데, 코로나19에 감염된 95명 가운데 진짜 백신을 투여받은 이는 5명에 그쳤다고 한다.
모더나는 몇 주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승인을 받으면 연말까지 2000만회분의 백신을 미국 시장에 공급하고, 내년에는 5억~10억회분을 생산할 예정이다.
모더나에 앞서 미국 제약사 화이자도 지난 9일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3상 임상 중간 분석에서 90%의 예방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우지수는 이때 쓴 최고치를 1주일 만인 이날 갈아치웠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한 시자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버핏도 제약주 베팅...화이자, 머크 등에 신규 투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제약주가 주도하는 시장에 올라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버크셔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3분기에 화이자와 머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애브비 등의 제약사 주식을 새로 사들였다.
버크셔는 신규 투자 목적이나 목표 등은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투자 포트포리오에 일대 변화를 주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버핏은 지난 5월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며 팬데믹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델타를 비롯한 미국 항공사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버크셔는 지난 1분기에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보유 지분의 84%를 처분한 데 이어 3분기에는 역시 미국 은행인 웰스파고 지분을 일부 팔아치웠다.
CNN비즈니스는 버크셔가 주요 제약주를 대거 사들인 건 이 회사가 2018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와 함께 비영리 헬스케어 벤처기업 '헤이븐'(Haven)을 설립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헤이븐을 설립한 배경과 관련해 헬스케어 비용부담을 문제 삼았다. 그는 헬스케어 비용에 대해 "미국 경제를 괴롭히는 굶주린 촌충"이라고 말했다. 헤이븐은 버크셔, 아마존, JP모건체이스의 전 세계 직원들에게 저비용·고품질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시장은 '공포' 대신 '탐욕'..."험난한 겨울 불가피" 경고도
CNN비즈니스는 코로나19 백신이 곧 경제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이 랠리를 펼치게 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탐욕을 갖게 됐다고 꼬집었다.
CNN비즈니스가 내는 공포·탐욕지수는 팬데믹 사태에 대한 시장의 공포가 다시 탐욕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0(극단적 공포)과 100(극단적 탐욕) 사이에서 움직이는 지수는 이날 71을 기록했다. 극단에 가까운 탐욕이 시장을 장악했다는 의미다. 지수는 화이자가 백신 개발 기대감을 자극하기 직전인 일주일 전만 해도 52로 '중립'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시장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의 경기부양 효과를 여전히 신중하게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백신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공급되기 시작하면 내년 중반께 대규모 경기반등을 일으킬 수 있겠지만, 험난한 겨울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백신 공급까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어서다.
닐 시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낸 투자노트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여러 나라에서 힘겨운 겨울까지 막아주기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백신에 대한 희소식을 누그러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신 관련 뉴스가 당장은 내년 세계 경제 전망에 큰 변화를 주진 않겠지만, 중국 경제의 회복세 등을 들어 내년에는 경제여건이 좀 더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백신으로 면역이 이뤄지면 주요국 경제가 예상보다 반 년쯤 빨리 팬데믹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