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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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소식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글로벌 주요 증시의 랠리 속에 신흥국 통화가치도 2년 반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위험투자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의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의 경우 추가 재정부양이 여전히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백신 성공 확률 100%?...글로벌 금융시장 환호 

화이자는 지난 9일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텍과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예방효과를 냈다는 3차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화이자의 백신 개발 성공률이 65~10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에 긴급 사용승인을 내주기도 했다.

마침내 팬데믹 공포를 떨쳐낼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에 글로벌 증시는 환호했다. 지난 9일 유럽 주요 지수는 5~8% 뛰었고,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10일에는 상승세가 다소 꺾였지만, 투자심리는 매우 강력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다. 

증시가 다소 흔들린 건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에 따른 자금 이동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팬데믹 수혜주로 그동안 시장 랠리를 주도해온 기술주 등 성장주에서 저평가돼온 가치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여파로 기술주 중심인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는 9일 1.53%, 10일에는 1.37% 하락했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가라앉은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대담해진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에도 대거 달려 들었다. 덕분에 달러 대비 신흥국 주요 통화 가치를 나타내는 MSCI신흥국통화지수가 지난 9일 2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반면 안전자산 수요가 위축되면서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투매가 일어나 수익률(금리) 상승세가 돋보였다.

S&P500지수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S&P500지수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나스닥지수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나스닥지수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접종에 시간 걸려" "실업사태도"...美 추가 재정부양 불가피

시장이 열광하는 사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과도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칼 탠넌바움 노던트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의 '스쿼크박스 아시아' 프로그램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기대 이상으로 나온 미국의 10월 고용지표 소식이 미국 경제의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추가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줄어든 건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고용 측면에서는 (팬데믹 사태 이전인) 지난 1월 일자리가 있던 1000만명이 아직 실업상태에 있다"며 실업자들이 완전고용 상태가 되려면 갈 길이 멀어보인다"고 했다. 어느 정도 규모의 지원이 계속 필요하다는 얘기다.

탠넌바움은 또 미국의 주정부, 지방정부들이 재정악화로 인력과 서비스를 줄이고 있는데, 이는 경제활동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문제 해결을 백신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탠넌바움은 화이자의 백신이 연내에 승인을 받아도 이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내년까지 모두 접종을 받기는 역부족이라고 봤다. 

그는 또 미국 의회의 분열 탓에 내년 1월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는 추가 재정부양이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도 9일 낸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성공이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 필요성을 없애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스 또한 백신 접종에 필요한 시간과 실업사태를 감안하면, 미국 의회가 내년 1분기까지 적어도 5000억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봤다.

미국 기업들도 추가 재정부양을 압박하고 나섰다. 

토머스 도너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의회가 추가 재정부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의 경제적 효과를 체감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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