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14일(현지시간) 낸 '재정모니터' 보고서 표지[자료=국제통화기금]
국제통화기금(IMF)이 14일(현지시간) 낸 '재정모니터' 보고서 표지[자료=국제통화기금]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전 세계 정부부채가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GDP 대비 선진국 부채 비율은 올해 125%를 넘어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124%)을 웃도는 사상 최고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정부부채가 급증한 건 주요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맞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을 투입한 결과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를 어떻게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느냐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 글로벌 정부부채 비율 98.7% 사상 최고

IMF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재정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정부부채는 지난해 전체 GDP의 83.0%에서 올해 98.7%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내년 99.8%, 2022년 100.3%, 2023년 100.5%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4년에야 100.4%로 다시 줄기 시작할 것으로 IMF는 예상했다.

부채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은 선진국과 신흥국이 다를 바 없다. 선진국의 경우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지난해 105.3%에서 올해 125.5%로 역시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18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장기 데이터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의 124%를 넘는 역대 최고치다. 대공황 피해가 컸던 1933년과 글로벌 금융위기발 대침체가 있었던 2009년에도 선진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80%대에 그쳤다.

신흥국 정부부채도 유례없는 수준으로 늘고 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지난해 52.6%에서 올해 62.2%, 내년 65.0%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해 2025년에는 71.1%에 달할 전망이다. 신흥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2009년 41%에 불과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추이[자료=국제통화기금]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파랑 선진국, 빨강 신흥국)[자료=국제통화기금]

◇팬데믹 사태에 12조달러 투입...재정균형 정상화 어쩌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대응한 각국의 재정부양 공세가 정부부채 급증으로 이어졌다. IMF는 전 세계 정부가 투입한 재정이 12조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최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는 등 바이러스 재유행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정투입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면 재정수지 균형이 정상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위태로운 수준이 될 수 있다고 IMF는 경고했다.

부채의 팽창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금리상승을 초래해 재정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금리상승을 억제하는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조치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IMF는 그럼에도 각국 정부가 재정 생명줄을 서둘러 거둬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정지원의 초점은 오래된 일자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사람들을 다시 일터로 복귀시키고 독자생존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 있는 기업들의 활동 재개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일자리를 지키는 반사적인 대응보다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IMF는 또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확대 조치를 보다 포괄적이고 친환경적인 경제를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진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자료=국제통화기금]
선진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자료=국제통화기금]

◇韓 부채비율 가파른 상승세...내년 52%, 2025년엔 65%

한편 나라별로는 일본이 올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66.2%로 선진국 최고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미국의 부채 비율은 올해 131%, 내년에는 133%를 각각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유로존 정부부채는 올해 101.1%로 역내 전체 GDP를 넘어설 전망이다.

IMF는 한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게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41.9%에서 올해 48.4%로 높아지고, 내년에는 52%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상승세가 지속돼 2022년에는 55%를 웃돌고, 2024년에는 62.3%, 그 이듬해에는 65.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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