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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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천정부지로 치솟던 미국 뉴욕증시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올해 22번째, 43번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다우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창궐하기 전인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2만9000선을 회복했다. 2월 1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2만9551.42)까지 2% 더 오르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로 다우지수의 2만9000 돌파 소식을 전하며 격정적인 글을 남겼다. "내가 대통령이라니, 여러분은 행운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우지수가 지난 2월 이후 처음 2만9000선을 돌파한 지난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다우지수가 막 2만9000 위에서 마감했다. 내가 대통령이라니, 여러분은 행운아. 조 바이든이었다면 시장이 붕괴했을 것"이라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우지수가 지난 2월 이후 처음 2만9000선을 돌파한 지난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다우지수가 막 2만9000 위에서 마감했다. 내가 대통령이라니, 여러분은 행운아. 조 바이든이었다면 시장이 붕괴했을 것"이라고 썼다.[사진=트럼프 트위터 계정 캡처]

불과 하루만에 상황이 돌변했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이튿날 대형 기술주 위주로 3~5% 급락세로 돌아서 4일까지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주간 기준으로 다우지수는 1.82%, S&P500 2.31%, 나스닥지수는 3.27% 추락했다. 

뉴욕증시가 모처럼 급격한 변동성에 휩싸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여전히 황소(bull·강세론자)와 곰(bear·약세론자)이 맞서고 있다. 미국 온라인 투자매체 마켓워치 등을 통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정리해봤다.

◇황소들의 자심감..."랠리 조건 그대로"

강세론자들은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게 아니라고 본다. 이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완화 기조와 미국 정부의 잠재적인 추가 재정부양 조치가 변함 없이 시장을 떠받칠 것으로 기대한다. 황소들에게 최근 시장이 겪은 급락세는 더 큰 수익을 향해 가는 길에서 만난 '과속 방지턱'일 뿐이다.

키스 러너 선트러스트어드바이저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최근 강세장에서 처음 9개월 동안 5%가 넘는 급락장이 3~4번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가 지난 3월 팬데믹 저점에서 5개월 넘게 반등하는 랠리를 펼치는 동안 5% 이상 떨어진 적이 2번밖에 없었던 건 별일 아니라는 얘기다.

러너는 또 S&P500지수가 8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경우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1950년 이후 지수가 이번처럼 8월까지 5개월 연속 오른 경우가 27번 있었는데, 이 가운데 12개월 뒤 상승세를 기록한 경우가 26번, 96%에 달했다는 것이다. 12개월 뒤 상승폭은 평균 13%나 됐다.

마켓워치는 5일 이런 견해를 근거로 보면 뉴욕증시의 이번 반락은 투자자들의 도취감이 일으킨 밸류에이션(주가수준)의 거품을 일부 제거하는 자연적인 조정국면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댄 스즈키 리처드번스타인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미국 증시의 거품 문제를 거론했다. 다만 그는 거품의 성격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에서 주가 수준은 보통 주가를 기업실적 지표인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로 가늠한다. 스즈키에 따르면 최근 시장 전체의 랠리를 주도해온 대표 기술주들, 이른바 'FANMAG'(페이스북, 애플,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의 경우 주가가 과도하게 치솟아 PER이 높아졌고, 나머지는 EPS가 너무 하락하면서 PER이 상승한 경우다. 

과열 조짐이 있었던 기술주들의 거품이 일부 제거되는 과정에서 시장이 뒷걸음질친 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로 풀이할 수 있다.

피터 에셀 커먼웰스파이낸셜네트워크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부문 책임자는 금융주가 지난 4일 뉴욕증시 급락세를 다소 진정시킨 걸 낙관론의 한 근거로 삼았다. 그는 금융주가 선전한 건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세가 돋보였기 때문이라고 봤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같은 날 0.72%로, 하루 기준으로 5월 18일 이후 최대인 0.1%포인트가량 올랐다.

보통 주가가 하락하면 국채 금리는 뛰게 마련이다. 주가 하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를 늘리기 때문이다. 에셀은 지난 4일 뉴욕증시가 이틀째 하락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 금리가 돋보이는 상승세를 띤 건 채권 투자자들이 이번 증시 하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봤음을 방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해펠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CIO는 뉴욕증시에서 일어난 투매를 단순한 차익실현 수요로 풀이했다. 지난 3월 이후 증시가 강력한 상승세를 뽐냈으니, 투자자들이 이익을 실현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그는 S&P500지수가 지난 8월 7% 뛰면서 같은 달 기준으로 34년 만에 가장 강한 랠리를 기록한 데 이어 9월 들어 이틀간 2.3% 더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유동성과 매력적인 리스크(위험) 프리미엄, 경제 재개에 따른 지속적인 회복세의 결합이 증시를 잘 떠받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료=블룸버그]
[자료=블룸버그]

◇곰들의 걱정..."불확실성 어쩌라고"

약세론자들은 무엇보다 시장이 가장 꺼리는 '불확실성'을 문제 삼는다.

스티븐 인스 액시코프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목요일(3일)의 '미니 기술주 투매'가 상당한 상처를 남겼다"며 당장 주말부터 월요일인 7일(노동절 휴일)까지 이어지는 긴 휴장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안 그래도 9월은 1년 중 증시가 가장 부진하기로 악명이 높은 달이다. 마켓워치 칼럼니스트인 마크 헐버트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1896년 등장한 이후 9월에 평균 1% 떨어졌다. 2월과 5월도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지만, 낙폭은 9월에 한참 못 미친다. 

마켓워치는 올해처럼 미국 대선(11월 3일)이 있는 해에는 9월 증시 성적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고 하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해에는 10월도 월가에 어려운 해로 각인돼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센옉 울프리서치 수석 투자 전략가는 올 가을과 겨울에 걸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독감과 겹쳐 재확산할 가능성을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다.

마이클 크래머 모트캐피털마켓 설립자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증시가 미친듯이 급변동하면서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투매 관련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증시 상승 추세에 변화가 생겼음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S&P500지수가 지난 4월 3일 이후 처음으로 상승 추세선을 밑돌았다며, 이는 시장의 모멘텀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크래머는 S&P500지수가 지난 4일 막판에 낙폭을 줄인 건 인상적이지만, 이는 실질적인 매수세보다 매도했던 물량을 되사는 숏커버링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론 윌리엄 RW자문 시장전략가는 CNBC를 통해 뉴욕증시 급락이 자산가격이 급격히 붕괴하는 '민스키 모멘트'가 임박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증시가 지난 3월 목격했던 저점으로 다시 향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의 이름을 딴 '민스키 모멘트'는 과도한 투기와 신용이 만든 자산가격의 거품이 끝내 터지는 순간을 말한다. 민스키에 따르면 경제나 금융시장의 호황이 길어지면 시장의 자만심이 커지면서 부채도 늘어난다. 이 부채는 한동안 자산가격을 띄어 올리며 호황을 뒷받침하지만, 한계에 도달하면 자산가격이 폭락해 금융위기가 일어나고 경제는 심각한 침체에 빠진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연준에 쏟아지는 부양 압력...9월 FOMC 촉각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벤트는 오는 15~16일에 예정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제로금리 장기화 방침을 시사했는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더 명확한 지침을 주길 바라고 있다. 투자자들은 특히 제로금리 기조가 얼마나 지속될지, 추가 양적완화는 가능할지 여부 등을 알고 싶어 한다.

파월 의장은 지난 4일 NPR과의 회견에서 미국 경제에서 진전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경기개선 속도는 더딜 것으로 봤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통화부양 의지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방증으로 풀이했다. 추가 재정부양책을 둘러싼 미국 의회의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연준에 대한 추가 부양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 

마켓워치는 증시가 랠리를 더 이어갈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연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지 모른다며,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이 1%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을 대신할 투자처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연준을 향한 증시 부양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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