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올 들어 20%↑...金ETF 유입액 상반기 47兆 '사상 최대'
금시장에 돈이 계속 몰리고 있다.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올 상반기 유입액이 한 해 전체 기준으로 이미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을 정도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다, 증시 반등세가 꺾일 가능성에 대비한 헤지(위험회피) 수요도 금시장 랠리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이날 근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6% 오른 온스당 1820.60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금값은 올 들어 20% 가까이 올라 2011년 8월의 사상 최고치(온스당 1891.90달러)에 가까워졌다.
WSJ는 팬데믹 사태에 도피처를 찾는 수요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짚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공세도 배경이다. 중앙은행들이 초저금리 기조 아래 풀고 있는 천문학적인 경기부양 자금은 돈값이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 절대가치가 변하지 않는 금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투자처다.
이런 수요에 힘입어 금을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금 ETF시장에도 돈뭉치가 흘러들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금 ETF에 유입된 자금은 395억달러(약 47조1750억원)에 이른다. 2016년 기록한 연간 최대치를 웃도는 것이다. 강력한 자금유입에 힘입어 세계적인 금 ETF들도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을 하고 있다.
금광주의 상승세도 거침이 없다.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지수는 연간 기준으로 아직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배릭골드, 뉴마운트 같은 금광주는 최근 몇 주 새 급등해 45%가 넘는 상승세를 뽐내고 있다.
크리스 맨시니 가벨리골드펀드 애널리스트는 "지금 모멘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에 대해 잘 모르고, 이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이들도 점점 더 (금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WSJ는 레이 달리오, 제프리 군드라흐, 폴 튜더 같은 월가의 투자 거물들도 최근 잇따라 금 투자를 권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중앙은행과 정부의 돈풀기가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미국의 재정파탄 등에 따른 달러 붕괴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투자처 가운데 하나가 금이라고 본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갈등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금값을 띄어 올리고 있다. WSJ는 시장에서 최근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정학적 위협 가운데 하나로 남북 갈등을 꼽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눈여겨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지금처럼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 공세가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다만 당시에는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랠리를 펼치던 금값이 2011년을 정점으로 한참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지 않은 걸 미스터리로 봤다.
금 강세론자들은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 규모가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 포스터 반에크인터내셔널인베스터스골드펀드 매니저는 이런 이유로 금값이 6~12개월 안에 온스당 2000달러 선을 시험할 것으로 예상했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꾼들도 금값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금에 대해 순매수 포지션을 취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나 세계 경제 회복세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가 금값에 역풍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반등 중인 증시의 역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금 수요도 만만치 않다고 포스터는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