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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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던 금값이 24일(현지시간) 마침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한창인 가운데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되자, 불안감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수요가 금에 집중되면서다. 

실질금리 하락으로 불거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도 금 투자를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금시장의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금값 7주째 랠리, 사상 최고치 경신..."멈추기 어려워"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0.4% 뛴 온스당 1897.5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8월 세운 사상 최고 기록(온스당 1891.90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장중에는 한때 온스당 1906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장중 최고가는 2011년 9월의 1923.70달러. 전문가들은 이 기세라면 금값이 곧 장중 최고 기록도 갈아치울 것으로 본다.

귀금속 전문 투자업체인 스프로트의 피터 그로스코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금융시장은 거대한 진자처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한번 흔리면 멈춰세우기 어렵다. 금의 경우가 딱 그렇다"고 말했다. 

금값은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올랐다. 주간 기준으로는 7주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 2011년 이후 최장기 랠리다. 금값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무차별적으로 폭락한 지난 3월 저점에서 30% 가까이 올랐다.

금값이 뛰면서 은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은값은 이날까지 이틀 연속 하락했지만, 지난 22일에는 온스당 23달러를 넘어, 7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금값 추이(온스당 달러)[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금값 추이(온스당 달러)[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팬데믹·G2갈등·인플레 우려가 '안전자산' 수요 자극

금값이 점진적인 상승세로 돌아선 건 2018년 말부터다. 세계 양강(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한창일 때다.

올 들어 불거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 수요에 날개를 달았다. 최악의 침체에 직면한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금 수요를 자극했다. 그 사이 미·중 갈등마저 다시 불거졌다.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 등을 둘러싼 갈등이 최근 영사관 폐쇄 난타전으로 번졌다. 오는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금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한창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불변의 가치'를 뽐내는 금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투자처다.

팬데믹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많은 경기부양자금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촉발됐다. 세계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팬데믹발 침체에 맞서 쏟아내고 있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결국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요국 실질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게 대표적이다. 한 예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실질금리는 최근 사상 최저인 -0.9% 수준으로 추락했다. 물가상승률 또는 그 기대치가 명목금리를 그만큼 웃돈다는 얘기다. 

실질금리가 하락하면서 달러도 최근 약세가 돋보인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고점인 지난 3월 말 102선에서 94대로 떨어졌다. 2018년 9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모비우스 "지금도, 앞으로도 금 살 것"...'투자전설'도 금 베팅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이 달리오, 제프리 군드라흐, 폴 튜더 존스를 비롯한 유력 투자자들도 최근 금에 베팅하며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시장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전설적인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도 블룸버그TV를 통해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금을 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금리 환경 아래 시장의 불확실성이 클 때는 금이 매력적인 투자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곧 온스당 2000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씨티그룹은 최근 완화적 통화정책, 낮은 실질금리,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된 기록적인 자금 등이 금값을 계속 띄어 올릴 것이라며, 3~5개월 안에 온스당 2000달러를 넘길 확률이 30%쯤 된다고 진단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린 현금만 400억달러에 이른다. 

조 포스터 반에크 펀드매니저도 "금시장 구조가 지금처럼 좋은 때를 못 봤다"며 금값이 올해 말 온스당 2000달러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수조 달러 규모의 코로나 경기부양에 따른 잠재적인 인플레이션 효과를 거론하며 금값이 몇 년 안에 2배로 뛸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금값이 오는 9월 말까지 온스당 2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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