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중 양국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입 전형 연기를 결정했다.

31일 교육부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2주 연기해 12월 3일 실시하기로 했고, 중국 교육부도 중국판 수능인 가오카오(高考)를 한 달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6월에 치러질 예정이었던 가오카오는 7월 7~8일께로 미뤄졌다. 가오카오 일정이 조정된 것은 2003년 사스 사태 이후 17년 만이다.

인생 최대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한 번의 시험을 위해 최소 12년간 치열하게 준비해 온 양국 수험생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고작 2주 혹은 한 달 미뤄진 것 뿐이라고 하기에는 학생들이 감내해야 할 정신적 부담이 상당할 터다. 

이와 함께 양국 교육 당국은 이날 초중고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이 4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냥 우연의 일치이긴 하다. 

중국의 경우 이미 2월 중순부터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지만 지난 학기 복습 차원이었고 다음달 중순 새 학기 교과 과정을 본격적으로 수강하게 된다.

한 달 반 넘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 온 중국에서는 아직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각각의 고충을 호소한다. 특히 학생들은 과중한 과제, 교육 당국의 통제와 더불어 천재지변 속 애국심 고취 활동까지 수행해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선배뻘인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의 삶도 코로나19 사태로 피폐해졌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 예정자는 874만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지만 전염병이 창궐한 탓에 제대로 된 구직 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업들도 신규 채용에 난색을 표한다. 규모 이상 공업 기업(연매출 2000만 위안 이상)의 30% 정도가 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미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이뤘던 지난 두 달간 사라진 일자리가 467만개에 달한다. 지난달 도시지역 실업률은 6.2%로 전월 대비 0.9%포인트 급등했다. 

대졸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5~6월에는 도시 실업률이 10%에 육박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기초 체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위기가 가중됐다. 한계 기업이 속출하는 중이며, 상당 기간 기력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2.3%까지 낮춰 잡았다. 40년 전보다도 못한 수치다. 마쥔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지 말라는 파격적인 발언까지 내놨다.

중국의 미래를 책임질 10~20대 청소년·젊은이들이 자칫 개혁·개방 이후 최악의 세대로 기록될 위기에 몰렸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취업 준비생들은 백수가 됐고, 대학생들은 3D 업종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으며, 청소년들은 가장의 실직을 지켜봐야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졸자들은 불과 1~2년 전보다 최소 30% 이상 삭감된 연봉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그나마도 일자리를 구하면 다행인 시절이었다. 

당시의 가처분 소득 축소는 1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양극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세대로 불릴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에 못지 않은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중이다. 한국과 중국 경제가 수렁에 빠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양국 젊은이들의 총기와 열정도 빛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한·중 코로나19 세대의 수난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지만, 너무 오래 지속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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