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 위안화 하방 압력 심화

중국 위안화가 불안하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위안화 환율은 심리적 경계선 달러당 7위안선을 뚫고 오를 기세다. 게다가 역외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배당지급을 위해 달러를 매입할 규모가 190억달러(약22조6000억원)에 육박할 수도 있어 위안화 가치(환율과 반대)는 더욱 강력한 하방 압력에 놓였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역외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6~8월 지급할 배당금은 188억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지급액 196억달러에 비해 적지만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위협받는 민감한 시기라는 점이 문제다.
배당 지급의 절정은 7월로, 중국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99억달러의 배당을 주는 달이다. 하지만 그 전에 위안화가 더 떨어질 수 있다. 기업들이 배당지급을 위해 이전에 위안화를 팔고 달러를 살 준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외 달러 보유가 충분하다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역외 위안화 가치는 이달 들어 벌써 2.8% 떨어졌다. 지난 18일 장중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9416위안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최고를 나타냈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중이던 200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최근 위안화 환율은 급등 추세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휴전이 끝나고 상대국 제품에 고율관세를 매긴데다 미국이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까지 내린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관세를 무력화하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단 인민은행은 긴급 구두개입에 나서며 환율 안정 의지를 피력했다.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부행장 겸 외환관리국장은 19일 밤 인민은행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중국 외환 시장의 안정을 유지할 기반, 믿음,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의 환율 안정 피력 이후 20일 오전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0.1%가량 떨어진 6.93위안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인민은행의 잇따른 환율 안정 의지 피력에도 무역 전쟁 격화 등 외부 환경이 더욱 악화하는 추세여서 시장에서는 위안화 환율이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 선을 돌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계 심리가 여전히 강하다. 토미 옹 DBS 시장디렉터는 "위안화가 하방압력을 받는 시즌인 데다 미중 무역협상이라는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이 7위안을 향해 오를 수 있다"면서도 "위안화가 미국 불안을 촉발하는 수준까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