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트레이더들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현실로 받아 들이며 대비 태세에 나섰다. 

양국이 협상재개를 위한 시간표를 제시하기는 커녕 서로를 향한 비난 수위만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외환트레이딩 부문들은 일제히 외환 전략에 미치는 함의를 해석하고 대비에 나섰다고 블룸버그가 22일 보도했다. 

◇ 엔화 강세 + 이머징 급락 + 채권 매입 추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엔화 강세를 점치며 유로-엔 트레이드를 추천했다.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회피가 강해지고 안전자산에 쏠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골드만삭스는 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칠레 페소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웨스트팩뱅킹은 안전베팅으로 채권 매입을 조언했다. 

픽테자산관리의 토마스 코스터그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에 대해 "FX시장에서 현재 가장 평가절하된 변수"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원, 호주 달러,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이미 강력한 여파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달 4% 급락했고 호주 달러는 1월 최저에 근접하는 중이며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 "한국 원, 대만 달러 최대 피해"

웨스트팩의 리차드 르호눌로비치 FX전략본부장은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 대만과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원, 중국 위안, 대만 달러,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모두 미중 갈등에 노출됐고 유로 역시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자산을 보호하려면 이러한 통화를 숏(매도)하거나 해당 시장에서 채권을 보유하라고 르호눌로비치 본부장은 조언했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과 중국 사이 봉합이지만 일종의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반영된 것이다. 

BoA는 유로-엔의 숏포지션을 취하는 3개월 풋스프레드를 시작했다. 미중간 합의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일제히 안전자산으로 몰릴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BoA 외환전략본부장은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직면했다"며 "FX 시장이 극단적인 어려움에 처했으며 단기적 관점에서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취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자크 판들 FX 및 이머징전략 본부장은 유로, 남아공 랜드, 칠레 페소와 같은 통화들이 미중갈등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특히 유로는 현재 1.1164달러에서 단기적으로 1.10달러로 밀릴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 위안화 절하 분명한 명분

위안화 절하라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일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렸다. 이후 3000억달러 중국산 관세도 올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중국도 6월 1일부터 6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5~10%에서 10~25%로 인상할 방침이다. 양국이 서로를 향한 고율관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중국이 위안화의 절하를 허용할 분명한 명분이 생긴다고 밤바키디스 BoA 외환전략본부장은 말했다. 

코스터그 픽테자산관리 이코노미스트는 '와일드 카드'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이 현재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유럽, 일본과의 자동차 분쟁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전면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터그 이코노미시트는 "난잡해질 것"이라며 "FX시장에 변동성과 예상하지 못한 돌발변수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