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생존경쟁에 건강 챙길 여유 없어..정신·위장질환 급증

본격적인 상반기 공채시즌이 다가오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심신이 바빠졌다. 하지만 입사 티켓을 쟁취하겠다는 포부보다는 탈락의 고배에 대한 두려움부터 앞서는 게 요즈음 취준생들의 현주소다. 지난해 15~29세 청년실업률은 9.9%.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청년 체감실업률도 역대 최고치인 22.7%로, 전체 체감실업률의 2배에 달한다.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긴 상황에서 사실상 청년 인구 10명당 2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취업문으로의 대장정 속 곳곳에 암초까지 자리하니 옥죄이는 가슴은 당연지사. 험로를 걷고 있는 취준생들의 고통을 배가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편집자]

“취업한 친구가 SNS에 사원증이나 명함을 자랑스럽게 올릴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 (취직한) 친구들이 이따금 올리는 여행사진을 보면 마음이 답답하다. 속 좁아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좀 짜증난다. 팔로우는 진작 다 끊었는데 계정까지 아예 없애버릴까 싶다. 나만 불행한 기분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지 2년이 된 신씨(29세)를 가장 괴롭게 하는 건 주변 친구들이다. 취업에 성공한 친구를 보면 부러움과 질투가 교차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체하며 입사 축하 인사를 전하지만 그런 날 저녁에는 소주를 한 사발 들이켜곤 한다.

취준생 제1호 수칙은 ‘SNS 끊기’다. 타인의 SNS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 2030세대는 주변 사람과 사생활을 공유한다. 원래 갖고 있던 체면, 현실적 성공이 바로 직접 비교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남들에 비친 나의 모습에 민감해진다. 실제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남과 비교하는 사회’가 우울증을 야기한다고 말한다. 높은 수준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면 경쟁적으로 타인과 비교의식이 생기고, 본인이 다른 사람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이 들면 우울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질병이나 유전보다는 사회환경이 우울증에 더욱 밀접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 5년간 다른 세대에 비해 20대 우울증 환자 증가세는 뚜렷하다. 2012년 대비 2016년 20대 우울증 환자는 22% 증가했다. 80세 이상을 제외한 연령대에서 가장 큰 증가폭이라는 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이다. 지난 2012∼2016년 국내 청년층 인구 10만 명당 우울증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4.7%에 달한다. 전체 평균(1.6%)의 3배 규모다. 지난 2015년 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세 청년 중 주요 우울장애로 병원을 방문한 이들은 2만7642명으로 2011년 대비 24% 늘었다. 20대 사망원인 1위인 자살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주요 우울장애 유병률이 20대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20대의 정신건강이 한계에 달해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취준생들은 위장질환도 크게 앓고 있다. 학업이나 취업 준비에 바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혼밥’ 등으로 급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탓이 크다. 청년들이 ‘혼밥’으로 식사를 대충 하게 된다(35.8%),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먹게 된다(19.2%)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조사도 있다. 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질환의 경우 지난 2016년 20대 환자수는 34만3736명으로 2012년 대비 20.6%가 늘었다. 이는 10대(11.8%)는 물론 30대(8.3%), 40대(16.0%)보다 높은 수치다. 장염도 비슷하다. 2016년 환자는 65만6303명으로 2012년 대비 28.4%가 증가했다. 이 또한 10대(9.6%), 30대(23.7%), 40대(25.6%)보다 높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김진리 과장은 “최근 20대들은 ‘N포 세대’라는 말처럼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은 물론 마음의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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