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면접' 대비..센스있는 건배사도 준비해

본격적인 상반기 공채시즌이 다가오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심신이 바빠졌다. 하지만 입사 티켓을 쟁취하겠다는 포부보다는 탈락의 고배에 대한 두려움부터 앞서는 게 요즈음 취준생들의 현주소다. 지난해 15~29세 청년실업률은 9.9%.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청년 체감실업률도 역대 최고치인 22.7%로, 전체 체감실업률의 2배에 달한다.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긴 상황에서 사실상 청년 인구 10명당 2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취업문으로의 대장정 속 곳곳에 암초까지 자리하니 옥죄이는 가슴은 당연지사. 험로를 걷고 있는 취준생들의 고통을 배가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편집자]

참이슬 광고 / 자료제공: 하이트진로

“2박 3일의 엄청난 합숙면접 이었습니다. 진이 다 빠지네요. 실질적인 팀과제는 2일차 오후까지 이뤄지고, 저녁에는 환영(?) 회식이 있습니다. 술을 강제하지는 않지만 면접관을 비롯한 본부장급 인사들이 참여해서 사실상 조금은 술을 마시게 됩니다. 딱히 평가를 하는 자리는 아니겠지만 긴장을 풀고 실수하면 안 되는 자리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 한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A증권사 5급(리서치) 공채 합숙면접에 대한 후기 일부다. 예전만은 못하지만 근래에도 ‘술면접’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왕왕 있다.

음주를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 이같은 ‘호프면접’은 곤혹스러운 관문이다. 술을 억지로 마실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임원급 간부들과의 자리에서 눈도장을 찍기 위해 취준생들은 연거푸 술잔을 들이켜곤 한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술상무’의 입지가 대단한 탓이다. 이 때문에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술 스터디’도 이따금 이뤄진다. 주량을 늘린다는 미명 하에 취업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있지만, 실제 호프면접을 대비해 술을 피하는 요령을 공유하기도 한다. “나이가 많고 체격이 우람한 임원의 옆자리와 맞은 편은 피할 것” “(술을 뱉거나 따를) 불투명한 물컵을 옆에 둘 것”

취준생들은 센스있는 건배사도 몇 개씩 준비해둔다. 혹여 건배 제의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아부성 멘트는 피해야 하고, 일장연설하듯 서론이 너무 길어서도 안 된다. 지원하는 회사의 이름을 외치고 ‘위하여’를 덧붙이는 고리타분한 건배사는 최악으로 꼽힌다. 면접관들이 수백 번은 들어본 건배사로는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없다. ‘이 멤버(선창) 리멤버(후창)’, ‘마당발(마주앉은 당신의 발전을 위하여)’, ‘뚝배기(뚝심있게, 배짱있게, 기운차게)’ 등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는 건배사를 공유하는 글들이 즐비하다.

적절히 회사의 사훈을 녹여낸 건배사는 바람직한 반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기업별 건배사를 찾아두는 것도 점수를 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국내 주류회사 ‘화이트 진로’에서는 “참이슬에는!(선창) 이유가 있다!(후창)”가 건배사로 쓰이곤 한다. 국내 소주 시장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참이슬이 성공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국민 여동생’ 아이유가 참이슬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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