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요율 인하 누적…비용 급등 속 자동차·장기보험 모두 적자 전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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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3분기 들어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부문에서 일제히 실적 부진을 기록하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연중 90%대에 근접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장기보험 역시 의료 이용량 증가와 위험손해율 상승으로 손익 개선이 늦어지면서 보험영업 적자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 구조가 지속되면 더는 버티기 어렵다"며 내년 보험료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는 3분기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에서 모두 손익 부진을 기록했다. 삼성화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9% 감소한 5385억원, 메리츠화재는 6.3% 줄어든 4638억원으로 집계됐다. DB손보(2930억원·35.4%↓), KB손보(2088억원·14.7%↓), 현대해상(1832억원·14.2%↓)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업황 둔화 속에서도 투자수익으로 버티던 구조가 자동차·장기보험의 수익성 하락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보험 부문에서는 원가 상승과 요율 인하 누적의 결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올해 9월 기준 손보 빅5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93.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포인트 상승했다. 누적 손해율도 85%를 넘어 손익분기점(80~82%)을 초과한 상태다. 3월을 제외한 전월에서 모두 80% 이상을 기록한 가운데 7월 호우·침수 피해 등 계절 요인까지 겹치며 손해율 상승 폭이 커졌다. 이 여파로 3분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삼성화재 -648억원 △DB손보 -558억원 △현대해상 -553억원 △KB손보 -442억원 △메리츠화재 -89억원 등 총 22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손보사들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해왔다. 연도별 인하율은 2022년 1.2%, 2023년 1.9%, 2024년 2.5%, 올해 평균 0.8%로 집계된다. 보험료는 꾸준히 내려왔지만 자동차 정비수가(올해 2.7% 인상), 부품비, 병원이용 증가, 한방 과잉진료 등 원가 요소는 계속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가 원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손해율 악화는 구조적 문제가 됐다"며 '이미 누적된 인하분만큼 기초 보험료가 낮아져 적자를 메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보험 부문도 부담 요인이 늘고 있다. 의료 이용 정상화에 따라 병원 방문이 증가하면서 보험금 지급이 확대됐고 장기위험손해율 상승으로 예실차(예상 대비 실제 보험금 지급 차이) 마이너스가 커져 적자폭이 확대됐다. 일반보험 역시 올해 산불 등 대형 재해 영향으로 손실을 기록한 회사가 많았다. 자동차·장기·일반보험이 동시에 흔들리며 보험영업손익이 약화하고 그 여파가 3분기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보험료 조정 논의는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13일 실적 발표에서 처음으로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공식 언급하며 "최근 수년간 이어진 요율 인하가 내년도 손익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나서면 다른 회사들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손보사들은 내부적으로 내년도 요율 조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포함된 항목으로 보험료 인상이 곧 물가 상승 요인으로 반영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와 정치적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포용금융 기조가 강한 상황에서 정부가 인상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그럼에도 건전성 확보를 위해선 일정 수준의 요율 정상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연말·연초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조정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논의는 보험료 인상이 아니라 손해율과 원가 구조에 맞춘 정상화 작업"이라며 "현 상태가 이어지면 내년에는 보험영업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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