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인하 정책과 정비수가 인상, 누적된 비용 압박이 손해율 급등으로 이어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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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는 4년째 내리고 있지만 수리비와 보험금 지출은 계속 늘면서 손해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 수익성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 올해 들어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대를 넘어서며 전업계가 적자 구간에 들어섰고 3분기 실적에도 직격탄이 됐다. 업계에서는 "보험료 인하로 소비자 부담은 줄었지만 원가와 지출 요인이 계속 오르면서 손해율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됐다"며 "지속 가능한 구조를 위해선 요율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제 올해 3분기 주요 손보사들의 실적은 자동차보험 수익성 악화에 따라 일제히 감소했다. 삼성화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 줄어든 5385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도 같은 기간 463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은 각각 2930억원, 2088억원으로 전년보다 35.4%, 14.7% 줄어 하락 폭이 컸다. 현대해상도 같은 기간 14.2% 감소한 1832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보험의 수익성 악화는 실적 감소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화재는 3분기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이 648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누적으로도 341억원 손실을 냈다. 현대해상 역시 자동차보험에서 553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20.3% 감소했다. DB손보도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누적 기준 보험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7.9% 급감했다.

이 같은 악화는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장 크게는 4년 연속 이어진 보험료 인하 정책이 손해율을 끌어올렸다. 손보사들은 2022년부터 매년 보험료를 낮췄다. 평균 인하율은 △2022년 1.2% △2023년 1.9% △2024년 2.5%였고 올해 역시 평균 0.8% 인하가 이뤄졌다. 보험료는 꾸준히 내렸지만 정비·수리비 등 원가는 오히려 상승해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졌다.

올해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률은 2.7%로 집계됐다. 보험사 지급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임비와 부품비가 매년 오르면서 사고 한 건당 보상 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비공임과 부품비가 계속 오르는데 보험료는 계속 내리라는 구조에서는 손해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름철 호우·침수 등 자연재해 영향도 손해율에 추가로 부담을 줬다. 사고 건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데다 침수·폭염 피해 차량이 늘면서 보험금 지출이 크게 확대됐다. 업계 전반의 손해율은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 지난 9월 기준 대형 5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93.2%로 전년 대비 7.1%포인트 증가했다. 손해율 80%대가 손익분기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보험사가 이미 적자 상태에 있는 셈이다.

손보업계 내부에서는 내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는 지난 13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처음으로 내년 인상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회사 측은 "최근 4년 동안 요율을 인하해왔는데 내년도 손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 합산비율 수준을 고려할 때 내년에 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수익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자동차보험이 본업 적자를 지속하면 회사 전체 재무 안정성에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건전성 유지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반영한 합리적 조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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