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제품 빼돌린 직원 적발
겉과 속이 너무 다른 오뚜기 평판

오뚜기 CI / 사진=오뚜기
오뚜기 CI / 사진=오뚜기

오뚜기를 두고 "'갓뚜기'가 아니라 '삥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뚜기에서 일부 직원이 협력업체에서 무상으로 제품을 제공받아 개인적인 이득을 챙긴 일이 알려지면서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일부 직원들이 협력업체에 마케팅을 위해 증정한 상품을 공짜로 받은 뒤 개인적으로 보관하다가 판매해 1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최근 적발됐다. 

그간 오뚜기를 두고 불거진 실망감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먼저 증정용 상품을 제공한 협력업체는 오뚜기 담당자들의 무상·무량 제품 요구가 관행처럼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른바 '갑질'이다.

증정용 상품에 대한 비용을 무상으로 처리하는 것이 식품업계 전체의 관행인지, 아닌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일명 '갓뚜기'마저 그랬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협력업체와의 상생에 앞장서고 있다며 얻은 이미지가 바로 '갓뚜기'이기 때문이다. 

2021년 오뚜기는 협렵업체가 납품한 미역제품에서 중국산 미역이 혼합된 것이 알려지자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형식은 사과지만 사실은 협력업체 탓이라는 뉘앙스가 담겼다. '갓'스럽지는 않은 태도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협력업체가 1차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뚜기는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어 실망감을 더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횡령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횡령'은 결국 회사가 피해를 입었다는 뉘앙스를 담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입은 회사의 피해는 크지 않다. 

다만 오뚜기는 이미 횡령 금액을 전액 변제받았고 해당 직원은 퇴사하거나 파면됐다. 

그러니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은 셈이 됐다. 할인이나 '1+1' 행사에 사용했어야 할 제품을 직원이 빼돌리면서 혜택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협력업체도 피해를 입었다.

기업이 협력업체에 마케팅용 제품을 제공하는 것은 직간접적인 홍보 효과 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했으니 기대는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관련 행사는 진행될 수 없었고, 마케팅용 제품을 빼돌린 직원이 수익을 가로챘다.

결국 해당 협력업체는 제품도 '삥' 뜯기고 기회도 '삥' 뜯겼다. 오뚜기가 횡령 피해를 입은 게 아니라 해당 협력업체가 갈취 피해를 입은 것이다.

오뚜기는 그동안 크고 작은 여러 이슈로 '갓뚜기'라는 명성을 쌓아왔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갓뚜기'는 허명(虛名)에 불과하다는 소리가 많았다. 심지어 내부에서도 "우리 회사가 무슨 갓뚜기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오뚜기는 15일 기준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평판 별점 2.6개를 받고 있다. 항목별로 3점을 넘은 항목이 아예 없다. 특히 경영진에 대한 평가 평균은 별 2.0개로 가장 낮다. 

관계사 오뚜기라면의 별점은 2.1개로 더 낮다. 경영진과 사내 문화에 대한 평가는 2개에도 못 미친다.

경쟁사 농심이 별 3.2개, 팔도는 3.5개 등이다. 결국 오뚜기는 라면업계에서 만족도가 꼴찌 수준이다.

이밖에도 오뚜기는 최근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경쟁사를 억지로 깍아내리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등 전혀 '갓'스럽지 않은 행보를 계속하는 중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경영의 '묘'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포장'하는 것은 결국 드러날 '악수'(惡手)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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