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21세기 첫 지속가능성 위기...EGS투자 가속 변곡점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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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투자'가 뜨고 있다. 이른바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ESG 투자가 월가에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면서 뭉칫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ESG 투자란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는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는지를 평가해 투자 대상을 고르는 것을 말한다. 점수가 낮은 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투자 비중을 줄이는 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ESG 투자 가속화 

ESG 경영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리뷰'(GSIR)에 따르면 지속가능 투자시장 규모는 2018년 이미 30조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극심한 혼란 속에 기존 가치들이 흔들리고 경제의 새 판이 짜이면서 미래 사회를 향한 대안으로 착한 기업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ESG에 집중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월가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달 초에 낸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에게 코로나19 사태는 21세기에 처음 맞은 '지속가능성의 위기'라며 이번 사태가 ESG 투자를 가속화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ESG시장의 총운용자산 규모가 올해 45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가 투자정보회사 모닝스타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ESG 펀드로 457억달러가 유입됐다. 지난해 1년 동안 유입된 214억달러를 1분기 만에 2배 넘게 웃돈 것이다.

글로벌 금융컨설팅업체 드비어그룹의 나이절 그린 최고경영자(CEO)는 "ESG 투자가 지붕을 뚫을 기세"라며 "전염병 팬데믹은 ESG 투자 트렌드를 가속할 뿐"이라고 진단했다.

지속가능성 펀드 순유출입액 추이(분기별, 십억달러)[자료=CNBC]
지속가능성 펀드 순유출입액 추이(분기별, 십억달러)[자료=CNBC]

◇블랙록, 골드만삭스도...월가 '빅 트렌드'

ESG 투자 열기는 단기간에 식기보다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원유시장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최근 그 이유를 5가지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ESG 투자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조류가 됐기 때문이다. ESG 관련 지수와 투자 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월가 공룡들은 이미 이 방향으로 자본을 옮기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2030년까지 ESG 투자를 현재 840억달러에서 1조달러 이상으로 10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에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환경 위험을 유발하는 기업들에 투자하지 않겠다며 투자 전략의 변화를 예고했다.

약 7조달러 규모의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록이 세계 시장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그 파급 효과가 남다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이맘때 15억달러 규모의 ESG 머니마켓펀드(MMF)를 선보였다. 애플을 비롯해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MMF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현금성 자산 투자처인데, ESG 투자원칙을 가미해 사회적 책임까지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GM 등 기업들도 가세...ESG 사업다각화

두 번째 이유는 기업들이 대규모 거래를 통해 ESG 흐름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과 거리가 먼 기업들마저 ESG 시류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LG화학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23억달러를 들여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하기로 한 게 그 예다.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이 전기트럭 제조 스타트업 리비안에 7억달러 투자를 단행하고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죽스를 10억달러에 인수한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세 번째 이유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다각화가 ESG 친화 사업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굴지의 기업 상당수가 ESG 친화적인 사업으로 가지를 뻗고 있다.

예컨대 구글은 검색엔진을 넘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부인 웨이모와 청정에너지 회사 구글에너지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회사 테슬라 역시 2016년 태양광 에너지사업 솔라시티를 26억달러에 인수했으며, 올해에는 경쟁사 비빈트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비빈트는 결국 미국 주택용 태양광업체 선런의 손에 넘어갔다.

◇밀레니얼세대 "지속가능성은 필수"

핵심 경제층으로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가 환경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 역시 ESG 투자 추세가 지속될 이유로 꼽힌다.

대기업과 대형 투자회사들이 지속가능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동안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를 통해 사회적 신념을 표현하고 있다. 밀레니얼이 가진 소비력은 1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언스트앤영이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대다수는 지속가능한 대안에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쓸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 84%는 ESG 투자를 주요 목표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투자자들에게 지속가능성이란 덤이 아니라 필수조건인 셈이다.

◇브랜슨, 머스크 등 '혜안' 본보기 

마지막 이유는 세계 최고의 선구자들이 이 흐름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이들이 ESG 시류에 올라탔지만 앞을 내다본 이들은 진작부터 이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최근엔 ESG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도 날아오르고 있다. 

버진그룹의 괴짜 CEO로 유명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은 2006년 청정에너지 계획에 3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는 등 15년 전부터 지속가능성에 주목해왔다. 또 그가 설립한 민간 우주탐사기업 버진갤럭틱의 우주왕복선은 뉴욕에서 LA를 오가는 비행기보다 탄소발자국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혜안 덕에 버진갤럭틱의 1년 새 주가 상승률은 140%를 넘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일찌감치 ESG 친화 사업에 매진한 선구자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8년 최고급 전기 스포츠카인 테슬라 로드스터를 출시해 전기차가 '쿨'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당시 23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최근 1500달러를 넘어섰다. 머스크는 또 태양 에너지, 재생 로켓, 지하터널 하이퍼루프 등 더 많은 지속가능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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