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세제·규제 혁신' 3박자 지원…5년간 2조원 규모 정책자금 투입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출범 2개월여가 지났다. 새 정부의 당면 과제는 단연 경기 부양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경제는 침체의 터널을 지나오고 있다. 성장률은 둔화됐고 기업들은 대내외 악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불안정 상황도 더해져 경기 반등에 악재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 '대한민국호'는 악재를 딛고 재도약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제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됐다. 새 정부는 출범 초부터 각종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마중물로 경제 대도약을 이끌 주요 산업군의 핵심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행히 'K'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제품과 기술의 브랜드가 성과를 내고 있다. 주요 성과를 기반으로 경제의 새 활로를 이끌어내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때다. <비즈니스플러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주요 산업군의 도전과 성과 등을 조망해본다.[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본격 질주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가 '바이오헬스'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연구개발(R&D)과 생산 인프라 투자를 전방위로 확대하면서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이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 항암제, 백신 등 공공성과 개발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 예산과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R&D 투자 비율 연동 약가 보상제 △AI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 △의료 빅데이터 개방 △AI 알고리즘 검증 체계 마련 등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재정·세제 지원도 파격적이다. 올해만 4조원 이상의 R&D 투자와 향후 5년간 2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투입될 예정이다. 바이오 의약품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대기업은 최대 40% 중소기업은 50%까지 R&D·시설 투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신성장 4.0 민관협의체'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바이오위원회와 기업·연구기관이 함께 AI 신약개발 전 주기 혁신 전략을 논의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별도로 AI 기반 항체 바이오베터 개발·실증사업에 404억원, K-AI 전임상·임상 모델 개발에 54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목표는 신약개발 기간을 기존 15년에서 6년으로,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여기에 인허가 제도도 속도를 높이면서 혁신형 제약기업 우선·신속심사, 재생의료 임상 연구 제도화, 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 규제 합리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글로벌 시장 확대, 발빠르게 대응하는 국내사들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은 2023년 약 3조2000억원에서 2030년 13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으로 연평균 성장률은 20%를 넘는다. 미국 화이자, 스위스 노바티스·로슈,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는 인실리코 메디신, 아톰와이즈 등 AI 전문기업과 손잡고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설계, 환자 모집까지 전 주기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투자 규모는 수조 원대에 달한다. 사노피는 영국 AI 기업에 최대 52억 달러를 투자했고, 바이엘은 리커전과 15억 달러 규모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도 정부의 정책 지원을 발판 삼아 AI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속적인 투자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필수 인력을 채용하는 등의 본격적인 행보이다.
JW중외제약은 C&C신약연구소와 2010년부터 AI를 활용해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자체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주얼리(JWELRY)'와 '클로버(CLOVER)'를 통합한 '제이웨이브(JWave)'를 론칭했다.
제이웨이브는 방대한 화학·생물학적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한뒤 선도물질을 최적화하고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쳐 활용해 신약 개발을 한층 더 혁신시켰다. 실제 약 400개 이상의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4만5000여개 이상의 화합물 데이터를 분석·활용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25~50% 절감시켰다.
통풍 치료제 '에파미뉴라드'는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JW1601은 아토피 피부염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추가 적응증 확대를 통한 임상을 계획 중이다. 항암제인 JW2286은 면역항암 기전인 STAT3 억제 기전 검증 이후 고형암 중심의 적응증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탈모 치료제인 JW0061은 탈모 치료 신약 후보로 기존 치료제 대비 기존 탈모치료제보다 7배 이상의 모낭 생성 효능을 보이며 임상 1상을 앞두고 있다.
SK바이오팜도 AI 도입으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R&D 경험과 데이터 기반 역량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2018년부터 자체 구축한 AI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 '허블(HUBLE)'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의 초기 연구개발 단계에서 유전자 및 단백질 분석을 통한 저분자 화합물 후보를 발굴 중이다. 또한 '허블 플러스'를 통해 TPD(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 RPT(방사성 의약품 치료제), CGT(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모달리티 연구도 진행 중이다.
최근 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 '제로(ZERO)'로 남미 제약사인유로파마와 미국 내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하고, 미국 디스털헬스 시장에 직접 진출할 예정이다. 이 솔루션은 뇌전증 발작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의료진에게 데이터 기반의 최적 치료 계획 수립을 지원해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이 돕는다.
AI 솔루션 기업 피닉스랩과 문서 자동화 솔루션 공동개발 협약도 맺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문헌 검색, 데이터 분석, 문서 작성 등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맞춤형 AI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다.
한미약품은 AI 기반 신약 설계의 중심축에 'HARP'(Hanmi AI-driven Research Platform)가 있으며, 후속 파이프라인에도 HARP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 'HM17321' 설계에 활용해 약리 특성과 수용체 선택성을 최적화했다. HM17321은 CRF2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UCN2 유사체로, 체중 감량과 근육 증가를 동시에 유도하는 first‑in‑class 비만신약이다. 내년 하반기에 임상 1상, 2027년 상반기에 임상 2상을 목표로 진행중이다.
GC녹십자는 2019년부터 mRNA/LNP(지질나노입자) 플랫폼 연구를 본격화했다. 이를 통해 세포주 개발, mRNA 합성, LNP 제형화, 완제 생산, 품질 분석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한 'End-to-End' 체계를 추진했다.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mRNA와 LNP 구조를 최적화해 발현율을 크게 높였다. 발현율이 높아지면 약물 투여량을 줄이면서 독성은 낮추고 안전성을 높인다.
또한 GC녹십자는 질병관리청이 추진하는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현재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며, 비임상 단계에서 낮은 농도에서도 기존 백신 수준의 면역반응 결과를 확보했다. 연내 임상 1상 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8억 종 화합물 DB '다비드(DAVID)'와 가상 스크리닝, 구조 최적화, ADMET 예측을 통합한 '데이지(DAISY)' 시스템으로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수개월 단위로 단축했으며, 유한양행은 온코마스터·휴레이포지티브와의 협력으로 AI 기반 바이오마커 발굴, 환자군 선별, 병용요법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신약개발의 장점은 후보물질 발굴 기간 단축, 비용 절감 등 임상 1상 성공률을 55~65%에서 80~90%를 향상시킬수 있는 게임체인저"라며 "정부 지원과 기업의 오픈 마인드가 결합되면 한국이 AI를 통한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주도권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