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혜택·수익률·안정성까지 따지는 자산 운용 전략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후 30년을 대비한 체계적인 자산 관리 전략이 필수가 됐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한 노후 자금을 보완하기 위해 리츠 ETF, TDF, 손익차등형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한 현금흐름 창출 방법을 살펴본다. 특히 은퇴 초기 5년간의 위험 관리와 세제 혜택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을 중점적으로 다룬다.[편집자주]
은퇴를 2년 앞둔 58세 직장인 박모 씨는 15년 전부터 매월 일정 금액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코스피200 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해왔다. 박 씨는 "국민연금 수령 예상액이 월 90만원 수준인데, 현재 생활비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ETF로 꾸준히 투자해 왔고, 평균 연 6~8% 수준의 수익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리츠(부동산투자신탁) ETF와 배당형 펀드도 추가로 운용하며 은퇴 후 매달 약 180만원의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박 씨처럼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은퇴 설계가 확산되고 있다. 손익차등형 펀드를 통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줄이면서 시장 상승시 수익 일부에 안정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선택하거나, TDF(타깃데이트펀드)처럼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배분이 자동 조정되는 상품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초연금 제도도 중간소득층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기초연금의 선정 기준액은 단독가구 월 228만원, 부부가구 364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지급 금액이 아니라 수급 대상 판단을 위한 기준으로 소득·재산이 이보다 낮으면 최대 월 34만2514원을 받을 수 있다. 중간소득층도 수급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처럼 공적연금과 민간 금융상품을 연계한 통합 노후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많은 50대 직장인들은 자신에게 맞는 '은퇴 포트폴리오'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일정 수준의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ETF, 리츠, 인프라 펀드 등 대체투자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의 금리 변동성과 자산가격 조정 흐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인 반면, 평균 퇴직 연령은 52.1세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수급 시점까지 5~10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며 그 이후에도 연금만으로는 생계와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66만9523원으로, 지난해보다 2.3% 인상됐지만 단독 생계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품 중 하나는 리츠 ETF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는 연 평균 9%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제공하며 공모부동산집합투자기구로 분류돼 5000만원 한도 내에서 9.9%의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간 약 405만원의 세후 수익이 가능한 구조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는 최근 1년간 13.7%의 시세 수익률을 기록하며 성장성과 분배금을 함께 추구하고 있지만 일반세율(15.4%)이 적용돼 세후 수익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다양한 글로벌 지수와 테마에 연동된 'KINDEX ETF 시리즈'와 함께, 손익차등형 구조의 원금 안정형 펀드로 고령 투자자나 은퇴 예정자들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 펀드는 시장 하락 시 손실을 일부 방어해주는 구조로 설계돼, 중위험·중수익을 선호하는 은퇴자에게 적합한 상품으로 꼽힌다.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도 원금 손실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신한자산운용은 TDF 시리즈 '신한마음편한TDF'를 중심으로 은퇴 시점에 맞춘 자산 배분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가입자는 자신의 은퇴 시점에 맞는 펀드를 선택하면 자산 구성비가 자동으로 조정되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신한글로벌탄소중립솔루션 펀드'처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테마에 기반한 장기 성장형 펀드도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이처럼 ETF, 리츠, TDF, 손익차등형 펀드 등 다양한 상품들이 은퇴 설계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은퇴 초기 5년간의 전략이다. 이 시기는 ‘Retirement Risk Zone’으로 불리며, 예상치 못한 자산 손실이나 지출 급증이 전체 은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생활비와 의료비를 분리해 관리하고, 일정한 배당 수익이 발생하는 상품을 활용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최근에는 주택연금, 역모기지, 소형 임대주택 전환 등 부동산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함께 활용되고 있다.
결국 은퇴 이후의 삶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히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으로부터 꾸준한 현금이 흐르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국민연금, 직역연금 등 공적연금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리츠 ETF로 월배당을 확보하고 TDF·TIF로 장기 자산 운용 기반을 다지며 손익차등형 상품으로 하방 위험을 관리하는 복합적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