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 수준…다른 나라들도 뒤따를 수 있어
은퇴연령을 기대수명과 연동…노조 "존엄한 노년생활 영위권 잃는다" 반발

덴마크가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인 은퇴연령을 단계적으로 늦춰 오는 2040년 유럽 최고 수준인 만 70세로 높이자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에 따르면 22일 덴마크 단원제 의회에서 은퇴연령을 2040년까지 점차 70세로 높이는 법안이 통과됐다.

70세 은퇴연령은 1971년생부터 적용된다.

법안은 찬성 81표, 반대 21표로 통과됐다. 이는 유럽에서도 매우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게다가 고령화 사회와 증가하는 재정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준비 방식을 보여주는 변화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덴마크 정부는 연금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퇴연령 상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덴마크는 복지 합의에 따라 2006년부터 기대수명과 은퇴연령을 자동으로 연동하고 5년마다 조정 중이다.

이에 현행 67세인 은퇴연령이 2030년 68세, 2035년 69세, 2040년 70세로 늦춰진다. 현재 덴마크의 기대수명은 81.7세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은퇴연령이 자동으로 늦춰지는 현행 제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결국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제도 창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네 할스뵈-예르겐센 덴마크 고용부 장관은 성명에서 "2040년에 은퇴연령을 70세로 올릴 것"이라며 "이는 미래 세대에 적절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이번 결정은 건설, 농업 등 육체적으로 힘든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분노를 사고 말았다.

덴마크 최대 노동조합인 3F는 이번 정책이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불균형한 부담을 지운다고 반발했다.

3F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조합원 4명 중 3명이 70대까지 계속 일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덴마크 노동조합총연맹의 예스페르 에트루프 라스무센 위원장은 "경제가 튼튼한데도 유럽연합(EU)에서 덴마크의 은퇴연령이 가장 높다"며 "은퇴연령이 늦춰지는 것은 존엄한 노년생활을 영위할 권리마저 잃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덴마크의 이웃 나라인 스웨덴에서는 이르면 63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은퇴연령 개편은 유럽 전역에서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2년 전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부가 은퇴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자 수개월에 걸쳐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인구구조 압력이 심화하면서 덴마크의 이번 조치는 선도 사례가 될 수 있다.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 여러 나라가 이미 각각 2031년, 2028년, 2028년까지 정년을 67세로 상향할 계획이다.

기대수명이 계속 증가하고 출산율은 하락하는 가운데 일하는 인구 대비 은퇴 인구의 비율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연령이 뒤로 더 미뤄져야 한다는 게 경제학자들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영국 국제장수센터(ILC)는 2024년 보고서에서 은퇴자 대비 노동인구 비율이 유지되려면 영국의 경우 2050년까지 은퇴연령을 71세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역시 사회보장연금 전액 수령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이미 상향한 상태다.

미 공화당은 은퇴연령 추가 상향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년을 하루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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