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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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카드론을 중심으로 한 신용카드 기반 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난 3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분기 말 부실채권 상각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다. 카드사들은 본업 수익성 악화와 자금 조달 구조의 제약 속에 카드론을 통해 실적을 방어하려는 경향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주요 카드사의 3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37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2월 말(42조9888억원)보다 6168억원 줄어든 수치다. 카드업계에서는 분기 말마다 이뤄지는 부실채권 상각이 장부상 카드론 잔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카드론과 유사한 단기 신용대출 상품도 일제히 감소했다.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한 재대출인 대환대출은 1조3762억원으로 전월 대비 3081억원 줄었고,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7104억원,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8787억원으로 각각 336억원, 1826억원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은 카드사의 수익 구조 변화와 맞물린다. 카드사들은 과거 가맹점 수수료에 크게 의존해왔으나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라 해당 수익 비중은 2012년 46.2%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29.1%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국내 신용카드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카드 결제를 통한 성장 여력도 둔화되자, 카드론과 같은 고수익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카드론은 평균 금리가 14~16%에 달해 카드사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카드론이 전체 카드사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0.9%에서 지난해 17.1%로 상승했다. 본업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카드론은 카드사 실적을 방어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몇 년간의 금융환경 변화도 카드론 수요를 부추겼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전통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저신용자나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대출 수요가 카드사로 몰리는 현상이 이어졌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환경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한 급전 수요가 증가한 것도 카드론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의 자금 조달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은행처럼 예금을 통해 자금을 모을 수 없는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어, 조달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고금리 대출 상품인 카드론은 자산 운용 수단이자 수익성 방어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카드론이 수익성을 높여주는 반면 연체율 상승 등으로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카드사들은 연체율 악화 조짐이 보일 경우 카드론 취급 규모를 조정하고 있지만, 실적 방어를 위한 고수익 추구와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부실채권 상각으로 카드론 잔액이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며 "전반적으로 대출 총량을 통제하려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높게 가져가고,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보니 잔액도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좋지 않아 저신용자 유입이 늘면서 금리 상승 압박도 함께 작용하고 있으며 당국에서도 카드론 총량에 대해 들여다보겠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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