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제각기 기업 전략에 맞는 활로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2023년 글로벌 의약품시장 규모는 약 1조4500억달러(2100조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비중은 약 40%로 그 규모가 6000억달러(870조원)에 이른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곧 글로벌 성공을 의미하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이달 중순부터 의약품, 철강, 알루미늄 등의 수입품에도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업계는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관세 전쟁의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는 중국의 기업들을 배제하는 정책 기조를 강화하면 K-제약·바이오업계에는 위기보다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아직 의약품 추가 관세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진 않았기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다양한 시나리오를 면밀히 분석하며 새 정책이 시행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셀트리온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민감한 건 이 회사의 주력이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이기 때문이다. 추가 관세 부담은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우위를 낮추는 요인으로 수출에 치명적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올 3분기까지 재고량을 충분히 확보했다. 또한 완성된 제품보다 관세 부담이 덜한 원료의약품 중심으로 수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원료의약품을 수출해 현지 제조 역량이 우수한 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완제품을 내놓을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기지의 인수 또는 설립을 검토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7월 미국 소재 제약사와 1조4637억원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는데, 관세 부과시 위탁 의뢰 기업과 계약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미국 내 자체 생산 시설은 두지 않고, 미국 파트너사 '오가논', '산도스', '테바'와 함께 유통·판매와 마케팅 사업을 진행 중이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생산 비용 증가나 공급망 차질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SK바이오팜도 다양한 손익 계산 중이다. 이 회사는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캐나다에 원료로 보내 캐나다 위탁개발 생산 업체에 위탁해 미국에 수출 중이다. 미국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어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위탁업체 변경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2022년 미국 시큐러스에 있는 바이오 캠퍼스를 인수해 현지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시큐러스 바이오 캠퍼스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시설과 인력으로 추가 설비 투자 없이도 현지 생산이 가능하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관세 부담은 약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이 저하된다"며 "미국 현지 기업과 동반관계를 사전에 구축한 만큼 향후 미국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