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당동의 한 휴대전화 매장. 운영 중인 점포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입구와 내부가 허름하다. 가게에 들어서며 괜찮은 휴대전화가 있나 물었더니 진열대 쪽으로 오라 한다. 그리고 직원은 이내 종이 한 장을 꺼내 그 위에 글을 써내려간다. '보조금, 페이백 같은 단어는 쓰지 마세요. 괜찮은 조건으로 나온 거 적으면서 설명해드릴 테니 말하지 마시고 눈으로만 보세요.' 이윽고 일반 대리점에서 파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의 휴대전화 판매 조건이 눈앞에 펼쳐진다.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는 것도,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를 몇 달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가게에 들어선 사람들은 대부분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작성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올해로 1년을 맞았다. 작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단통법은 이전까지 판매점마다 천차만별이었던 구매 지원금을 통일해 소비자 차별을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고가 요금제와 연계한 보조금 차등 지급을 금지하고, 통신사뿐 아니라 제조사 장려금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는 단말기가 출시된 지 15개월이 안 된 제품의 보조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정해뒀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이동통신사와 판매점이 모두 처벌받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법 보조금은 성행하고 있다. 대개 이런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판매처와의 연락은 밴드, 카카오톡, 라인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진다. 업체에서 운영하는 비공개 밴드 등에 초대를 받으면 휴대전화 판매 조건을 볼 수 있다. 밴드에 올라오는 조건 관련 게시글들은 오래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 주로 단시간 단위로만 올라와 있다가 금세 지워지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있다가 잽싸게 연락한 후 판매점에 방문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시행 후에도 단말기 불법 보조금 지급이 이어지자 지난 2월 신고 포상금을 최고 1000만원까지 높였다. 하지만 불법 보조금을 원천적으로 막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판매자는 휴대전화를 싸게 팔아도 수익이 남는다. 휴대전화를 일정 대수 이상 팔면 이동통신사로부터 상당한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이다. 고객은 휴대전화를 싸게 살수록 좋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이해관계가 들어맞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여야 의원들은 분리공시제 도입과 통신요금인가제 강화 등과 같은 단통법 보완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조금 상한을 없애고, 대신 가격 정보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단통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길이 아닐까. 하지만 많은 대책들은 근본 문제 해결이 아닌, 더 강한 규제만을 지향하고 있는 듯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