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1년째 상승세에 갭투자 등 투기 수요 '우려'
신한은행, 플러스모기지론 등도 중단
"가계부채 선제적 관리 차원"

사진=신한은행
사진=신한은행

무분별한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등 투기 수요 우려에 은행권이 대출 금리 인상에 이어 전세자금대출 중단이라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조건은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이다.

이와 같은 조건들이 붙은 전세자금대출이 최근 갭투자 등 투기성 대출에 활용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은행권이 조치에 나선 것이다.

갭투자자들은 아파트 전세가격이 높을수록 매수자로서 자금 부담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갭투자자들이 최대한 투입 자금을 줄여 집을 매수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인상하고, 전세 세입자에게 전세자금대출을 더 받으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7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가율이 오르는 것은 매매가격 상승폭보다 전세가격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신탁사로 소유권이 이전돼 있는 '신탁등기 물건지 전세대출' 취급도 중단한다. 기존에는 서울보증보험, 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만 취급이 불가했는데 오는 26일부터는 주택금융공사 보증도 취급하지 않는다.

또한 신한은행은 같은 날부터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중단하기로 했다.

MCI(모기지신용보험)‧MCG(모기지신용보증)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현재 지역별로 △서울 5500만원 △경기도 4800만원 △나머지 광역시 2800만원 △기타 지역 2500만원씩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5일을 시작으로 한 달여간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금리를 5차례가량 인상해 왔다. 

신한은행은 또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에 대해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2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금리 형태별로 0.20~0.40%포인트, 전세자금대출은 보증기관 등에 따라 0.10~0.30%포인트 상향조정한다.

신한은행의 이같은 조치는 갭투자 등 투기성 수요를 예방해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한편 KB국민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중단까지는 아니지만, 제한적인 주택담보대출 중단 조치를 시행한 상태다. KB국민은행은 기존 주택 보유자가 다른 은행으로부터 KB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경우, 추가로 주택을 구매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기로 지난달 29일 결정했다.

KB국민은행 역시 22일 일부 가계 신용대출 상품 금리를 0.2%포인트 추가 인상한다. 

해당 상품은 구체적인 대상 상품은 △KB 온국민 신용대출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 △KB 선생님든든 △KB 군인든든 신용대출 △KB 급여이체 신용대출 △KB STAR CLUB 신용대출이다.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줄인상에 이어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까지 조이는 것은, 금융당국의 관리 압박에도 최근 은행의 가계대출 급증세가 쉽사리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4조1795억원 더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전세자금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의 한 원인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라며 "신한은행의 취급 제한이 가계대출 관리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당국도 독려한다면 (전세대출 제한이) 은행권으로 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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