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 정기예금 중 80%가 3.50% 밑돌아
은행채 3%대 중반으로 내려온 게 요인
이자 시들해 정기예금 잔액 10조 빠져
요구불예금으로 모여 금리 높일 필요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하락세는 지속"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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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정기예금의 금리 매력이 갈수록 시들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치솟던 상승세는 올 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2.5% 미만대까지 가라앉았다. 은행으로선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기 용이한 데다, 요구불예금까지 늘면서 비싼 이자를 주고 예금 유치에 나설 유인이 적은 상태다. 은행권에서는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들어 예금금리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공시한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36개 중 29개의 정기예금 기본금리가 연 3.50% 미만으로 나타났다. 5개 상품 중 4개의 금리가 기준금리(3.50%)를 밑도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공시 때만 해도 찾아볼 수 있었던 4%대 금리는 자취를 감췄고, 연 2.40%에 불과한 예금도 있다.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레고랜드 사태 당시 경쟁적으로 판매됐던 고금리 예·적금의 만기로 은행들이 유치에 적극 뛰어들면서 연 4%대까지 올랐지만, 연말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은행채 금리가 내려간 게 요인이다. 지난 20일 기준 1년 만기 은행채(AAA등급) 평균 금리는 연 3.584%로, 4%대로 치솟던 지난해 11월보다 떨어진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최근 주력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3분기까지야 단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은행채 발행이 사실상 금지돼 은행이 예금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까지 정기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지난해 10월 은행채 한도 제한 조치가 폐지되고 현재로선 그럴 필요성도 크지 않은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채권금리가 내려오고 있는 추세로 은행채 발행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시들해지다 보니 매력을 못 느낀 예금자들의 이탈 또한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4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72조8820억원인데, 이는 3개월 만에 10조원 가량이 빠진 것이다.

이탈 자금 일부는 요구불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달 말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629조9845억원으로, 올 1월 대비 약 26조6000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은 언제든 꺼낼 수 있어 금리가 연 0.1%에 불과한데, 현재 은행으로선 적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모이고 있어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까지 예금 유치에 나설 필요가 없는 상태다. 

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하를 미루고는 있지만, 연내에는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기예금의 금리 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현재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는 상승보다는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김슬기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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