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로 거둬들인 이익 수천억원 막혀
고위험 상품 판매 전면 금지 가능성도
은행권, 퇴직연금·저위험 ELB에 집중
농협, 신한 등 투자자문업 진출도 고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가 은행권 수익 창출 창구 중 하나인 수수료 수입에도 그림자를 드리울 전망이다. 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가 제한을 넘어 전면 금지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은행권은 수수료이익 부문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간 은행이 큰 흥미를 갖지 않았던 투자자문업이 재부상하는 등 자산관리(WM) 서비스가 강조되고 있으며, 핵심 수익원이 되고 있는 퇴직연금으로 이익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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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자익 올려야 하는데"…더 멀어진 수수료 수입

28일 각사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수수료이익은 총 4조5475억원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1조1683억원, 신한은행 9110억원, 하나은행 8708억원, 우리은행 8494억원, 농협은행 7480억원 등이다.

수수료이익은 비이자이익 수익 창출 창구 중 하나다. 올해 연내 기준금리의 인하 예정과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이자익에만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탁, 펀드 등 자산관리상품 판매와 외환 수수료 등으로 구성된 수수료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은행권 수수료이익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홍콩H지수 ELS 사태를 계기로 투자 상품 판매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ELS 판매 수수료 수익이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더라도 은행들은 최근 몇년간 ELS로 수천억원 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남겼다. 지난해 1~3분기에만 5대 은행이 ELS 판매로 거둔 이익은 2012억원에 이른다.

실제 앞서도 라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옵티머스 사태 당시에도 연루됐던 은행들은 수수료이익 감소를 겪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2019년 6753억이었던 순수수료이익이 라임 사태 직후 2020년 5749억원으로 15% 축소된 바 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1조1174억원, 9723억원에서 9876억원, 8461억원으로 12%, 13% 감소했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위험 상품 판매 규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전면 판매 금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게 됐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기초 ELS 관련 잠정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고, 제도개선을 예고한 바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검사 결과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도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은행권에선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어 기대 수익이 감소하고 있던 터였다. 지난해 초부터 5대 은행은 개인·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와 타행 자동 이체 수수료를 전액 영구 면제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상생금융으로 은행에서 거둘 수 있는 항목 자체도 많이 줄어든 상황인데, ELS 사태로 관련 수수료이익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위험 파생상품·자산관리로 활로 모색 

이에 은행권에서는 ELS 대체 금융상품으로 채권형 신탁,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우량채 등을 위주로 투자하는 파생결합사채(ELB)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 등 저위험 파생상품을 늘리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돌입했다. 

또 외환매매익 및 유가증권 등 트레이딩과 특히 수수료 수입 규모가 큰 퇴직연금 등 자산관리로 수수료익 증가에 무게를 둔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선 신탁 수수료 부문 이익이 대부분 들어오는 퇴직연금 쪽으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요소가 있고, 노후 대비에 대한 투자자 니즈도 많아 이 시장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간 은행권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금융투자자문업 진출도 고려 중이다. 투자자문업은 증권사 전유물이었지만 2021년 금융위원회가 은행에도 영위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는데, 수익성이 적어 지금껏 국민은행만 신청해 자격을 갖춘 상태다.

그러나 최근 은행권에서 투자자문업 바람이 일고 있는 모양새다. 농협은행이 진출을 준비 중이며, 신한은행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정서상 자문 수수료를 내는 데 익숙하지 않아 당장 수수료이익 증대에 실질적 효과를 미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긴 한데 수수료 내는 것에 고정관념이 있는 고객들도 있어 이익을 당장 낼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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