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충당금 증가 추세…5대 금융지주, 전년대비 84.4%↑
작년 말 PF 대출 잔액·연체율 증가…태영건설發 부실도
홍콩 ELS 만기도래 10조여원…예상 배상액 2조원 ‘훌쩍’
충당금 적립 필요성↑…"올해도 최대한 쌓는 기조일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사들이 올해도 곳곳에 놓인 암초 탓에 충당금 부담에서 벗어나질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여전히 리스크로 상존하고 있는 데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 압박이 따르면서 지주들의 보수적 적립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26일 각사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하나금융·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규모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들 지주가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은 11조278억원에 달해 전년 5조9781억원 대비 84.4% 급증했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은 지난해 1조7901억원에서 3조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으며, 농협금융은 작년 충당금으로 전년보다 무려 168.8% 늘어난 2조1018억원을 쌓았다.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도 각각 70.8%, 41.1%, 112.5% 증가한 2조2512억원, 1조7148억원, 1조881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며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해 역시 이들 금융지주의 충당금 적립 필요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누적된 고금리 충격에 가계·기업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데다, 경기둔화 같은 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위기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화 리스크가 여전해 은행 자산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큰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은행권 PF 대출 잔액은 46조1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4.1% 증가했다. 부동산 PF 연체율 역시 0.35%포인트 올랐다.

또 지난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발 위기도 상존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태영건설 PF 대출 보증 우발채무(신탁업자 지위 사업장 제외)는 1조여원, 대출 잔액은 2조원이 훌쩍 넘는다. 태영건설의 원금 상환 전까진 부실 우려가 남아있는 만큼 추가 충당금 적립은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올해는 홍콩H지수 ELS 배상액도 부담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은행권의 올 1~7월 H지수 ELS 만기 도래 규모는 모두 10조483억원에 이르는데, 이 중 절반 가운데 평균 40%를 배상한다고 가정하면 총 2조97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여기에 은행권에 보수적인 기조로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도 연초에 있었다. 부도율 추정치를 실제보다 낮게 잡다보니 충당금이 과소 산정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서다. 금감원은 올 1월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에 대손충당금 산정체계를 강화하라는 내용으로 경영유의 조치를 전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도 있고, 최근엔 ELS 배상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만큼일지는 모르겠지만 충당금 적립을 최대한 쌓는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