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슬러 위원장, 암호화폐와 기타 디지털 토큰 공격
"암호화폐 플랫폼과 중개업자, 증권법 준수해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사진)이 6일(현지시간) 암호화폐와 기타 디지털 토큰을 공격하며 현대 세계에서 암호화폐는 본질적으로 불필요하다고 일갈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이날 경제 전문 매체 CNBC의 프로그램 ‘스쿼크 온 더 스트리트’에 출연해 "더 이상의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이미 디지털 통화가 있다"며 "달러화, 유로화, 엔화라고 불리는 것들로 현재 모두 디지털화해 있고 이미 디지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SEC가 비트코인과 유사 암호화폐가 거래되고 있는 주요 거래소 일부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SEC는 이날 암호화폐 거래소 플랫폼 코인베이스가 미등록 중개업자 및 거래소로 기능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SEC는 소장에서 코인베이스가 적어도 2019년부터 가상화폐로 수십억달러나 벌어들였으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개 의무 회피로 연방 증권법은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코인베이스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최소 13개 가상자산은 연방 당국이 규정하는 ‘가상자산 증권’에 해당한다고 SEC는 판단했다.
따라서 코인베이스는 증권법 적용 대상이지만 코인베이스가 이를 알면서도 무시했다는 게 SEC의 주장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트위터에서 코인베이스가 "관련법마저 따르지 않아 투자자들이 사기와 조작 예방용 중대 보호 조치조차 받을 기회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라면 미 증권법으로부터 보호받는다"면서 "암호화폐도 마찬가지여야 하며 이들 플랫폼과 중개업자는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인 5일 SEC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고발했다.
바이낸스가 이용자 자금 수십억달러를 착복해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의 통제 아래 놓인 한 유럽 기업으로 빼돌렸다는 이유에서다.
겐슬러 위원장은 "이들 거래 플랫폼이 거래소로 자처하며 여러 기능을 통합·운영하고 있다"며 "뉴욕증권거래소가 헤지펀드를 운용하진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암호화폐 플랫폼을 제소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SEC가 디지털 화폐 세계의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투자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 이후 암호화폐 가격이 상당히 안정됐지만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17% 폭락했다.
소송당한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에서 이날 엄청난 자금이 빠져 나가기도 했다.
가상화폐 정보 제공업체 난센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바이낸스에서 24시간 사이 빠져나간 자금 규모가 13억달러(1조6991억원)다. 코인베이스에서는 12억8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그러나 전날 바이낸스 때와 달리 SEC의 코인베이스 제소 소식이 전해진 뒤 가상화폐 가격은 반등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5.32% 올라 2만6980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한 것이다.
이더리움도 3.82% 상승해 1877달러에 거래됐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디지털 자산 부문에 대한 SEC의 단속 확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