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나영호·롯데하이마트 황영근 등 연임 촉각
롯데제과·롯데칠성 등 호실적으로 임기 연장 기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에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지만 올해는 2주 넘게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신 회장의 장고(長考)는 이유가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이에 맞물린 그룹 내 유동성 위기 등을 돌파할 카드를 찾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롯데그룹 임원 인사 유력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이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 발표일로 유력하다. 

롯데그룹 내 주요 임원 중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부회장)와 나영호 롯데온 대표,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김교현·황진구 롯데케미칼 대표, 이갑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등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의 인사 트렌드는 '안정'이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기가 전처럼 쉽지 않고, 환율과 물가도 높아져 시장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난관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경영진을 유임시키는 것이 최근 트렌드다.

하지만 롯데는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미 지난해 파격 인사를 통해 '혁신'을 강조한 신 회장이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백화점에 외부인사를 기용하며 그룹에 '전기 충격'을 준 바 있다.

올해 인사에서도 이런 파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롯데건설로 그룹 내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조직 쇄신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극대화할 공산이 크다. 그러다보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계열사 경영진은 내년을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만년적자 롯데온, 나영호 대표 연임에 '빨간불'

대표적인 곳이 바로 롯데온이다. 

2021년 4월 취임한 나영호 롯데온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외부인사로 적자에 빠진 회사의 구원투수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취임 기간 흑자전환에 실패하면서 손에 든 것 없이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롯데온은 지난 3분기 영업손실 378억원을 기록했다. 성과라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85억원 줄어든 점이다. 롯데온은 창립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그 폭마저 한 번도 좁히지 못하던 중이었다.

적자폭을 줄였지만 흑자전환에 실패했다는 점은 나 대표의 연임에 있어 중요한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첫 적자 예상되는 롯데하이마트, 황영근 대표 '좌불안석'

다음은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의 연임 여부가 세간의 관심사다. 황 대표는 지난 1992년 롯데백화점에서 경력을 시작한 정통 롯데맨이다. 

황 대표는 전임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2020년 8월 취임했다. 전임 대표가 중점을 두던 '메가스토어' 등 기존 전략을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평가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쳤다는 점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3분기 매출액 8736억원, 영업이익 7억원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거뒀다. 흑자라고는 하지만 회사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7억원을 남겼다고 안심할 수 없다.

저조한 실적 탓에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은 72억원 수준이며, 당기순손실 규모는 3800억원이 넘는다.

적자를 기록한다면 2013년 롯데가 하이마트는 인수한 뒤 처음이다. 그동안 보여준 신 회장의 인사 스타일상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묻지 않고 지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제과 이영구·롯데칠성 박윤기, 호실적 바탕으로 연임 기대

반면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는 롯데칠성 출신의 정통 영업맨이다. 경영 실적도 좋다. 롯데제과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5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이상 증가한 실적이다.

사업적으로 올해 7월 진행한 롯데푸드와의 합병 시너지도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평가다. 호실적과 함께 연임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합병에 따른 내부적인 조직 통합 작업도 진행 중이다 보니 회사의 수장을 바꾸기에 적기는 아니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도 비교적 안심권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경영진 중 두드러질 만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7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감소했지만 매출액은 7842억원으로 12.2% 증가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주류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롯데칠성의 주류사업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코로나19 등으로 부진이 이어졌지만, 최근 출시한 소주 '새로'가 인기를 끌면서 내년 매출 1000억원을 노리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 자체가 롯데그룹이 현재 시장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신상필벌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그룹 전체에 위기 돌파와 그를 위한 분위기 쇄신이라는 목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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