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연합뉴스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강원도청의 레고랜드 지급의무 불이행 사태 등으로 회사채시장이 경색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자금조달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호텔롯데 등 채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자금순환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특히 유통업계는 사업 다각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시도하는 다양한 인수합병(M&A)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M&A는 물론 이미 실시한 M&A에 대해 들어가는 금융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은 야심차게 선언했던 투자 계획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지난 5월 24일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향후 5년간 37조원의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는 회사채시장에서 대표적인 '빅 이슈어(Big Issuer)'라는 평가를 받는다. 매년 대규모 자금을 회사채로 조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투자를 위해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 들어 총 4조2141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총 4조1380억원이다. 연말까지 아직 두 달여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연내 회사채 발행 규모가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게다가 회사채 금리가 지난해와 올해가 크게 다르다. 지난해 롯데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표면금리 평균은 연2.449%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연 4%가 넘는다. 이번 레고 사태 이후로도 롯데지알에스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각각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강제상환 조건을 달고 발행했는데 표면금리가 각각 연 7.100%, 연 6.262%였다.

28일 기준 6개월 이내에 만기일이 돌아오는 롯데 계열 회사채 규모는 총 1조5500억원 규모다. 이중 가장 비중이 높은 곳은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6개월 이내에 총 4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 만기가 돌아온다.

최근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호텔롯데는 회사채 만기를 연장하는 대신 일부 상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가 6개월내에 만기를 맞는 회사채의 표면금리는 연 2.177% 수준에 불과하지만, 차환을 선택할 경우 큰 폭의 금리 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020년 11월 호텔롯데의 신용도도 하락한 상황이다. 당시 한국신용평가는 호텔롯데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했다. 

문제는 상환에 따른 부담이다. 호텔롯데는 올해 상반기 개별재무제표 기준 총 7512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반면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유동성 사채 규모는 1조688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면세점과 호텔업, 리조트 사업 등이 부진했고 그룹 내 계열사에 대한 각종 자금지원에도 발 벗고 나선 영향이다.

그룹의 숙원인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질 경우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상황에서는 호텔롯데와 같은 '대어'의 IPO(기업공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실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내년까지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호텔롯데와 마찬가지로 롯데쇼핑도 회사채 시장을 전전긍긍하며 바라보는 중이다. 신평업계는 지난 2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실적 부진이 그 이유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공교롭게도 시장의 상황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돈을 쓰기보다는 비용을 통제하고 효율을 높여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롯데의 빅픽처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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