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하락 추세 명확…"기업이익 감소하면 1920까지 떨어질 수도"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환율 급등에 미국·유럽발 악재가 겹치면서 버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69.06포인트(3.02%) 하락한 2220.94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연저점인 동시에 2020년 7월27일(2217.86) 이후 최저 수준이다. 29.20포인트(1.28%) 내린 2260.08로 출발한 코스피는 빠르게 미끄러지면서 장중 2215.3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개인이 2456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 내렸다.

코스닥 지수는 36.99포인트(5.07%) 하락한 692.37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가 7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0년 6월15일(693.15)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개인이 하락을 주도했다.

환율 급등과 미국·유럽발 악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17일 이후 13년6개월여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했다.

영국에서도 대규모 부양정책이 나오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영국 정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소득세를 인하하고 법인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의 금리인상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경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역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중장기 하락 추세는 더욱 견고하고 명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에서 시작된 고강도 긴축에 대한 부담이 마지막에는 경기침체 우려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증시가 레벨다운되는 과정이 무한 반복됐던 상황이 또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을 극단적인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하락추세에서 코스피의 지지선은 2050선으로 제시했다. 경기 경착륙과 침체 가시화로 인한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을 반영한 수치다.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적 고통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지수대는 아직 내년 기업실적 악화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기업이익이 5~10% 감소한다면 1920~2020 정도까지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연말~내년 초에 반전의 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허 연구원은 "연준의 강한 긴축의사를 확인한 만큼 경기 및 인플레이션 심리는 예상보다 빨리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4분기에는 긴축정책의 정점을 지나고 일부 제조업 관련 지표들도 바닥을 지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말~내년 초 주식시장의 상황이 지금보다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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