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 우려와 비대면 채널 확대 등 금융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금융권이 구조조정 카드를 두고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비용감축과 조직슬림화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이 지점 축소와 인력 감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윳아들은 고육지책으로 거액의 지출을 감수하고서라도 명예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임금피크제가 시작된 직원 위주로 희망퇴직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희망퇴직에서 약 2000여명을 내보냈으나, 아직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이 퇴직금 비용을 무리하게 지출하면서까지 인원 감축에 나선 배경에는 급격한 디지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인력을 줄이고 비용을 디지털 기술 확보에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영향을 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지점의 장점이 빠르게 사라지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디지털에 익숙한 인력이 필요하다보니 희망퇴직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손쉬운 방법이 있지만, 이는 최후의 카드로 밖에 쓸 수 없다. 금융당국이 일자리 감소와 영업점 접근성을 저해하는 행동을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어서다.
은행권 뿐만 아니라 보험 및 카드업계에서도 대대적인 구조조정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12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4% 급감했고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도 1조48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5% 줄었다. 오는 2022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책임준비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지속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돼 타격을 받고 있는 카드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