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증시의 '고무장갑주'가 미국 뉴욕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테슬라를 압도하는 강력한 랠리를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는 19일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업종의 거래가 테슬라의 현기증 나는 랠리를 성과부진으로 보이게 만들 정도"라며 말레이 고무장갑주의 고공행진에 주목했다.
통신은 고무장갑 생산업체들이 테슬라의 전기차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보다 많은 투자자들의 열정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 쿠알라룸푸르 증시에 상장된 세계 최대 고무장갑업체 톱글러브코프는 올 들어 주가가 389% 뛰었다. MSCI아시아태평양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다. 같은 증시에 있는 슈퍼맥스코프는 1000% 넘게 올랐다. 테슬라가 259% 뛴 데 비하면 모두 압도적인 성적이다.
주가 랠리에 힘입어 톱글러브와 슈퍼맥스 등의 창업자들은 지난달 한때 새로운 억만장자로 등극하기도 했다.
고무장갑주가 초강력 랠리를 펼치고 있는 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고무장갑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말레이에서 올해 말까지 공매도가 금지된 것도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됐다.
블룸버그는 말레이 증시에서 이같은 랠리는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위 3개 고무장갑 메이커가 올해 늘린 시가총액만 1090억링깃(약 30조8000억원)에 이를 정도다. 말레이 증시에 현재 투자돼 있는 10달러 가운데 1달러 이상이 고무장갑주에 걸려 있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말레이가 전 세계 바이러스 예방에 기여하고 있는 공을 한국이나 대만의 반도체 기여도에 빗댔다. 말레이는 에이즈 공포가 일기 시작한 1980년대에 세계적인 고무장갑 생산기지가 됐다. 현재 전 세계 공급량의 65%를 생산하고 있다.
로스 캐머론 노스케이프캐피털 펀드매니저는 "고무장갑 메이커들의 랠리는 많은 이들에게 테슬라를 떠올리게 하지만, 고무장갑 부문이 테슬라보다 실적 전망이 더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무장갑주의 실적 성장률이 내년에 100%가 넘을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 조치의 랠리 기여도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노스케이프캐피털과 삼성자산운용은 고무장갑 수요에 나타난 변화가 구조적이고, 투자자가 여전히 많다는 이유로 올해 고무장갑 부문에 대한 베팅을 늘리기로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고무장갑주 랠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최근 톱글러브의 1회용 고무장갑 수출을 막은 것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그럼에도 고무장갑업체들의 주문대장은 이미 빽빽한 상태다. 장갑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업체들은 주문량을 맞추기 위한 설비확충 공세가 한창이다.
톱글러브는 대미 수출이 막힌 게 외국인 노동과 관련한 문제로 보인다며, 미국 세관과 접촉해 2주 안에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톱글로브의 대미 수출길이 모두 막힌 것은 아니라며, 미국에서 주문이 취소돼도 다른 나라 수요로 메우면 그만이라고 지적한다. 공급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