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0만배럴 감산 합의..."코로나19발 수요감소 상쇄 못해" 국제유가 하락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사진=연합뉴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 연대체인 OPEC+가 9일(현지시간) 5~6월에 산유량을 하루 100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OPEC+는 이날 열린 긴급 화상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와 유가 급락 사태에 대응해 이같이 결정했다. 

감산 합의는 5~6월을 넘어 오는 2022년 4월까지 2년간 이어진다. 다만 7월부터 올해 말까지는 하루 800만배럴,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하루 600만배럴로 감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OPEC+의 5~6월 감산량인 하루 1000만배럴은 전 세계 공급량의 10%에 달한다. 2022년 4월까지 2년 동안의 총 감산량을 감안하면 유례가 없는 대규모 감산 합의다.

그럼에도 이날 국제유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 원유 수요 감소량이 3000만배럴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에 비하면 감산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도시봉쇄(록다운)를 비롯한 극약처방을 내리면서 최근 원유 수요가 급감했다. 

이날 회의는 사우디의 요청으로 열렸다. OPEC+는 지난 3월 감산 확대 등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사우디의 제안을 러시아가 거부하며 논의가 결렬됐다. 이후 사우디와 러시아가 증산 경쟁을 벌이면서 국제유가가 폭락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지난 1월 초 배럴당 69달러에 달했던 게 지난달 말 배럴당 22달러 선으로 추락했다.

사우디는 오는 10일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에너지 장관 긴급 화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G20 회원국은 대개 원유 순수입국이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셰일혁명으로 산유량을 급격히 늘려 주요 산유국으로 부상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OPEC+를 제외한 G20 산유국이 하루 500만배럴을 추가 감산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G20 논의를 주도하는 미국이 난색을 보이고 있어 협의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OPEC+의 감산을 통한 유가 상승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사우디와 러시아에 감산을 촉구했다. 저유가가 생산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자국 셰일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 신용등급이 낮은 미국 셰일기업들은 그동안 빚에 의지해 산유량을 늘려왔다. 이들이 무너지면 금융시장에도 연쇄타격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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