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 의학치료술 가운데 플라세보(Placebo·僞藥)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일종의 심리적 치료방법인데, 예를 들어 의사가 녹말이나 젖당 등으로 제조한 약리적 성분이 없는 가짜 약을 감기 환자에 감기약이라 말하고 투여하면 실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를 ‘플라세보 효과’라고 하는데 이 심리치료 방법은 암 같은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중증 환자에게는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못 되지만, 가벼운 질환에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여 완치도 가능하다고 한다.

절반 찬 물병에 대한 해석처럼, 어떤 현상을 마음먹기에 따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부정적, 비관적 시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의 심리라는 게 오묘하다. 이 심리는 때론 집단적 형태로 표출된다.

경기도 사람의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경제용어 중에는 ‘심리’가 들어간 게 많다. 소비자심리지수, 투자심리 등. 지금의 경기상황을 좀 들여다보자. 올 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우울하다. 2%대 중후반이 예측 평균치다. 여기에 외적인 요인들이 가세한다. 중국의 성장둔화, 미국 금리인상, 저유가, 디플레이션 우려 등. 올해 한국경제의 복병이란다. 언론들도 암울한 전망 일색이다.

틀리지 않은 지적이고 어려운 병신년이 되겠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는 건 어떤가.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니고, 지나친 비관은 더 큰 비관을 낳는다고. 우리 경제에 엄청난 쇼크였던 97년의 IMF 외환위기,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상태에서 갑자기 터진 악재였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욱 컸다. 외환위기 때 블룸버그 말고 외환위기를 경고한 한국 언론은 없었다. 세계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리먼이 망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은 어떤가. 대부분의 국내언론은 한국경제가 위기라고 외치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비관론이 무성하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고 예측하고 있으면 대책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것처럼. 충격이 조금 있더라도 결국 중국이, 미국이, 아니면 G20이나 EU가 경기에 대처하고 처방전을 내놓을 것이다.

물이 절반 찬 물병에 대한 해석이 다른 것처럼, 앞서 언급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복병들도 조금 다르게 들여다보면 어떤가. 중국 성장률 둔화야 악재라 쳐도, 저유가, 디플레이션, 미국 금리인상이 무조건 악재인가. 기름 값은 올라도 쇼크, 내려도 쇼크인가. 물가 오르지 않아서 디플레이션 우려한다고 하는데 디플레는 스태그플레이션 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미국이 금리를 단번에 무식하게 올리겠는가. 그리고 우리나라 지금 금리는 높은 수준인가?

과유는 불급이다. 어려움을 지적하고 대책을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게 지나치면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기업은 더욱 긴축하고 가계는 지갑을 더 닫을 것이다. 투자와 소비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경제는 심리다. 지나친 심리위축은 경기를 더욱 죽게 만든다.

경제비관론이 도를 넘으면, 지금 한국경제가 감기에 걸려 있는데, 이게 정말 폐렴으로 갈 수 있다. 순전히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만도. 지나친 비관과 경제 외적인 이유가 개입된 경기진단이 현 경제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그 대처방안까지 왜곡할 수 있다. 조금 낙관적으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떤가.

<이태석/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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