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사진:연합뉴스

한동안 물밑에 있던 '관치금융'이란 말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과 관련한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 전해지는 방식으로 조금씩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금융당국의 입장이 변수'라는 말입니다. 여기에는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객관적으로 조용병 회장의 연임이 합당하다는 판단을 하겠지만 비이성적인 금융당국의 입맛에 따라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입장이 변수란 얘기 뒤에는 '금융당국이 관치금융이란 비판을 의식해 과도한 개입은 하지 않을 것'이란 말도 따라붙습니다. 가타부타하면 관치금융이란 비판을 받게 될 것이란 우회적 경고입니다.

"아직도 관치금융?"이란 생각이 듭니다. 관치금융은 사전적으로는 정부가 금융을 지배한다는 것으로 과거 군사정부가 은행을 쥐고 흔들던 시절의 모습을 얘기합니다.

1980년대 시중은행이 민영화된 뒤로도 정부나 친정부 인사가 직접적으로 최고경영자 선임에 개입했다는 관점에서 보면 '4대 천왕'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 서금회가 금융권을 장악했다는 박근혜 정부도 관치금융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지금은 4대 천왕도 'ㅇㅇ회'도 'ㅇㅇ사단'도 없습니다. 특히 2011년 친정부 인사였던 강만수 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한 명의 움직임에 따라 사실상 금융업계 전체의 최고경영자 인사가 달라질 상황은 더더욱 아닙니다. 당시는 산은금융지주와 하나·우리·신한금융 회장 자리가 동시에 비었고 강 위원장이 어느 자리에 가느냐에 따라 다른 금융지주의 운명이 달라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최소한 지금은 금융당국이나 정부의 생각에 따라 금융권 최고경영자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아니란 뜻입니다.

다시 신한금융 얘기로 돌아오면 금융당국이 재판을 받는 조용병 회장 연임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달라는 요구는 얼마든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관치금융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덧 쓰일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질타받을 일입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하고 필요하다면 통제도 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경찰이 우범지역을 순찰하고 잠재적 범죄자에게 경고를 날리는 동시에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사람에게 경각심을 키워주는 것과 같습니다. 경찰의 이런 행위를 누구도 관치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지금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관치금융을 기억에서 흐릿해져 가던 관치금융을 억지스럽게 다시 꺼내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아마 빠르게 변하는 금융소비자의 요구와 시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지금보다 정부가 최고경영자를 내려주면 그의 말만 잘 듣고 줄만 잘 서도 편히 살 수 있던 그때가 그리운, 사실은 관치금융을 악몽이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란 짐작을 해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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