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정례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1.25%로 0.25%p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2017년 6월 이후 2년 4개월만에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낮아졌다. 지난 7월 1.75%에서 1.50%로 인하한 이후 두 번째 회의(3개월)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결과였으나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이날 금통위 내에서는 이일형 금통위원과 임지원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해야한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 금통위가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더 내린 것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지속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 금통위가 정례회의 직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을 보면 국내 경제는 '지난 7월 성장 전망경로(성장률 2.2%)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새로 명시했다.

또 통방문 마지막에는 '당분간 두 번의 금리 인하의 정책 효과를 지켜보면서 완화 여부의 추가 조정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문구를 추가해 연내 추가 인하 계획이 없음을 시사하는 듯 했다.

그러나 정례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가 "추가 인하를 차단하기 위해서 그런 문구를 넣은 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추가 인하에 대한 불씨를 지폈다.

직후 이 총재는 수 차례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기준금리가 1.00% 또는 0%대 후반까지 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낮췄지만 필요시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아직 남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까지 인하한 만큼 '실효하한'까지 내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을 0.75%~1.0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정도로 침체된 물가상황 역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이날 통방문에서 지난 8월 대비 많은 변화가 있었던 부분은 물가였다. 한은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고 밝히면서 근원인플레이션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도 0%대 후반에서 중반으로 바꿨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2% 수준에서 1%대 후반으로 변경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얼마나 크게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주요 대외리스크 요인의 전개상황과 그것이 국내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상황 변화, 이번달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총재는 양적완화 가능성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여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외의 정책수단을 고려할 때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향후 정책여력이 더욱 축소된다면 금리 이외의 정책수단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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