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은행장./사진:연합뉴스.

파생결합상품(DLF, DLS)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손실 위기에 놓인 고객들은 은행이 위험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은행은 절차를 지켜 판매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항변합니다.

금융당국이 검사에 들어갔으니 불완전판매 여부는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검사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일이 금융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너무 뻔합니다.

그동안 파생결합상품은 주식투자보다는 위험과 수익이 낮지만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이자보다는 조금 더 많은 이익을 안정적으로 얻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식돼 있었는데 이제는 '대규모 손실'이란 낙인이 찍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업 현장에서는 파생결합상품을 고객들이 기피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상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만든 문제가 다른 은행뿐 아니라 금융투자업계까지 힘들게 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항변은 무책임의 극치입니다. 투자위험에 관해 설명한 녹취가 있고 서명을 받았다는 형식을 갖췄으니 모든 책임을 다했다는 얘기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설명이 그리고 서명이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은행과 증권사가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중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비중이 96%에 달한다는 것은 두 은행이 해당 상품을 판매에 통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열을 올렸다는 방증입니다.

문제가 된 상품의 위험에 대해서도 그로 인한 손실 가능성도 무시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데 집중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최근 공개된 우리은행의 광고 문자에는 손실률에 대한 언급 없이 확률적으로 유리한 상품이라 추천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판매 이후 발생한 위험도 외면했다는 사실도 하나은행 노조의 성명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PB들이 지난 4월부터 적극적인 대응 마련을 요구했지만 경영진이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 마련보다는 고객과의 싸움에만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차세대 시스템 도입 후 전산 장애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던 우리은행, 취업 비리에도 꼬리자르기에 바빴던 하나은행이란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모습은 아닙니다.

여러 번 양보해 전산 장애와 취업비리는 해당 은행들만의 문제라 그렇게 했다 치더라도 이번은 사안의 중대성이 다릅니다.

금융업권으로보면 파생결합상품이란 제품 하나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위기이고 고객들은 자산 증식의 수단을 잃어버리게 될 상황입니다.

동업자 정신이나 상생에 대한 고려, 신의성실의무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의 양심이란 게 있다면 모두가 피해를 당할 폭탄을 던지고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란 식의 대응은 곤란합니다.

지금과 같은 태도는 결국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지속 가능성도 떨어뜨리게 될 것입니다.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벌어지는 '노재팬'은 일본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은행을 바꾸는 게 노재팬 운동 참여보다 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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