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은행이 원금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쇼크'의 중심에 서면서 우리금융지주 회장직과 우리은행장 직을 모두 맡고 있는 손태승 회장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손 회장은 지주 설립과 동시에 행장에서 회장으로 올랐고, 이후 1년간 겸직하기로 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지주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 성공적으로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등 그동안의 분위기대로라면 겸직이 끝난 이후 박수를 받을 가능성이 컸으나, 겸임 기간 중 예상 못한 '암초'를 만나면서 겸직이 그의 이력에 되레 흠집이 생겼다.

이미 발생한 DLF 사태야 최선을 다해 수습해야하겠지만 시기가 다소 아쉽다. 현재 손 회장은 지주체계 안정화와 틀을 갖추기 위한 위한 굵직한 인수·합병(M&A)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우리금융지주가 5년만에 재출범하면서 비은행 부문 강화가 시급한만큼 최근 자산운용사 2곳을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고, 현재는 증권사 등을 인수해야할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발한 DLF사태는 그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만큼 이번 DLF사태는 파장이 크다. 이미 이번주 초부터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고 지난 27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금융회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을 판매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원금에도 못 미치는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하면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우리은행 지점에서 불완전판매 분쟁 소지가 있는 여러 정황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어서 우리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칼날이 어디까지 파고들지 예상하기 어렵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사태로 우리은행의 영업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지주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일 정도로 절대적이다. 외형적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은행의 영업력 강화는 필수적인 요소다. 그런데 DLF사태로 일선 영업지점의 영업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경우 장기적인 계획에도 일부나마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조사에 철저하게 임하는 것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만약 그가 행장직을 겸직하지 않았다면 책임에서 한발 더 떨어져 있을 수 있었다. '만약'은 없다지만 한 번쯤 들 수 있는 생각이다.

이런 그의 심경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지었던 표정과 행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손 회장은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련 금융권 간담회에서 DLF 사태 관련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취재진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다. 특별검사와 관련된 질문에도 '잘 받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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